[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매회 하루씩 전개되는 ‘열두밤’이다. 다소 느린 전개는 첫 번째 밤을 맞기까지의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 다만 큰 갈등 없이 흘러가는 하루는 소소한 즐거움을 안기며 깊어질 감정의 무게를 기대케 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새 금요드라마 ‘열두밤’(극본 황숙미·연출 정헌수)이 지난 12일 첫 방송됐다.

‘열두밤’은 뉴욕에서 서울로 불시착한 사진작가 지망생 한유경(한승연)과 도쿄에서 직장을 뛰쳐나와 서울행을 택한 무용수 지망생 차현오(신현수)가 2010년, 2015년, 2018년 세 번의 여행 동안 열두 번의 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여행 로맨스를 담는 작품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유경(한승연)과 차현오(신현수)가 각각 한국에 4일 간 머무르게 된 사연과 두 사람의 첫 만남, 우연한 여러 번의 부딪힘이 그려졌다. 여러 일을 겪은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도 고단하고 긴 하루였겠지만, 너무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긴 하루였다.

특히 ‘열두밤’은 채널A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다. 오랜 시간 뜸을 들이다 공개한 만큼,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한 회가 하룻밤으로 이뤄진 ‘열두밤’은 독특한 구성으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구성은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느린 전개로 이어졌다.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상, 주인공들이 이제 막 첫 만남을 가진 1회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널을 뛸 일도 없어 더욱 잔잔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제 막 각각이 지닌 배경과 사연이 설명된 만큼, 본격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여러 번의 우연을 통해 운명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갈 그들의 감정이 점점 묵직하게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게 했다. 특히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세월을 담고 있는 작품 속 캐릭터들이 세월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무게감도 기대를 모았다. 점차 깊어질 감정의 무게는 향후 보여줄 잔잔한 흐름에도 지루함 대신 여운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작품만의 촉촉한 감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입증하기도 했다. 별일 아닌 소소한 일상을 지켜보는 것, 바쁘기만 한 일상 속 빠르게 흘러가는 서울이 아닌 ‘여행지’ 서울을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 포인트였다.

극을 이끌어간 두 주연 배우도 어색함 없이 극에 자리했다. 주로 밝고 명랑한 푼수 이미지를 맡아왔던 한승연은 어딘지 지쳐 보이는 모습과 낯선 현오를 경계하는 모습으로 현실주의자 유경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첫 주연을 맡은 신현수는 꿈을 위해 무작정 한국을 찾은 차현오로 분했다. 그는 우는 유경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밥이라도 먹여 든든히 보내고자 하는 캐릭터의 따뜻한 면모를 섬세하게 보여줬다. 또 계속해서 유경에게 다가가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등의 장면에서는 개구진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더했다.

아직은 느리게만 느껴지는 전개지만, 작품만의 감성과 배우들의 연기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열두밤’이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여러 날들로 마지막까지 여운 가득한 밤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