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17년 만에 돌아온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콘서트에는 웃음과 감동이 모두 존재했다. 멤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 감정들이 다 담겼다.

H.O.T.(문희준 강타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는 13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2018 포에버 하이 파이브 오브 티네이져스’(2018 Forever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를 개최했다.

데뷔 22년 만이자 해체 17년 만에 다시 뭉친 이들을 위해 5만여 명의 관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공연은 당초 기획된 150분을 훌쩍 넘어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오랜 만에 함께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자신들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 앞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럼에도 ‘이심전심’이었다.

◆ 자기소개

이재원부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내년에 마흔이 되는 H.O.T.의 막내 이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17년이라는 공백을 실감케 했다. 강타는 “H.O.T.의 리드보컬”이라고 짧게 자신을 소개했다.

리더인 문희준은 “정말 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다. 17년 만에 같은 장소에 왔지만 너무 오래 걸려서 돌아온 것 같다. H.O.T.의 리더 문희준이다. 반갑다”라고 했다.

토니안은 “H.O.T.에서 외국인을 맡았던 토니안”이라고, 장우혁은 “쿨워터 장우혁이다. 반응이 별로인 것 같다. 센터 장우혁을 맡고 있다”고 소개해 웃음을 줬다.

◆ 첫인사

소개 후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강타는 “우리가 이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던 게 2001년 2월 27일이었다. 17년이 넘었다”라고 짚었다.

문희준은 “그때 공연장에서 내가 대표로 이야기 했던 것 중에 ‘우리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고 나서 다시 이 무대에 서기까지 17년이라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17년 동안 추억을 못 쌓은 만큼 오늘 많이 쌓아가라”고 했다.

이재원은 “2001년에는 은행에 가서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했는데”라고 돌아본 후 “(여러분이) 정말 대단하다. 맨 앞줄은 어떻게 구매하셨는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우혁은 “나는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도 이렇고, 이렇게 많은 팬 여러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을 보니 믿기지가 않는다. 여러분은 어떤가. 정말 감격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토니 역시 “우혁이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이 크게 실감이 나는 것 같지 않다. 정신없이 처음부터 그랬다. 오늘 보니 느낌이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분들도 계시고 처음 찾아주신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끝까지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희준은 “가장 중요한 게 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은 하나도 안 변했다. 그대로다”라며 “17년 만이지만 그 17년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우리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강타는 “공연 전에는 부담감이나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과연 예전처럼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부담됐는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그러더라. 여길 꽉 채워주신 여러분이 좋은 무대를 만들어 줄 거라고. 여러분 덕에 에너지를 받아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재원은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여러분들과 너무나도 오랜만에 함께하는 만큼 여러분과 우리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끝까지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공연 중간

‘너와나’를 부른 후 문희준은 “이 노래를 몇 번을 불러도 먹먹한 게 있다”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드러냈다.

공연이 중반을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우혁은 “지금 이 순간이 실제인지 내가 TV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는 우리가 음향을 듣기 위해 이어폰 같은 것을 귀에 꽂고 있다. 그 상태에서 여러분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꼭 TV에서 사운드를 귀로 듣고, 화면 속 여러분을 보는 것 같다. 헷갈릴 정도로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17년 후인데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원 역시 “정말 너무 꿈만 같다. 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서니까 정말 너무 감격스럽고 꿈만 같다”고 했다.

멤버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만 같다’는 말을 반복하자 강타는 “멤버들이 말들을 다 잘하는데 오늘은 입이 잘 안 열린다. 이게 너무 실제 같지 않아서 그렇다. 진짜로”라고 말했다.

문희준은 “1년에 한 번씩 여러분들이 꼭 상기를 시켜주신 것 같다. 9월 18일, 2월 17일, 9월 7일 등을 항상 기념해주셨던 것 같다. 벌써 17년이 흘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지만 지금 느낌은 그런 것 같다. 그냥 지난해에 만났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했다.



이재원은 “오늘 이 무대가 우리 H.O.T.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나가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강타는 “요즘 책을 읽느냐”는 농담을 건넸고, 장우혁은 “나는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라고 거들어 웃음을 줬다.

토니는 “뭔가 막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는데 막상 여기 서 있으니까 그냥 나는 오늘 여러분들 얼굴을 많이 보고 싶더라. 그래서 계속해서 얼굴을 보고 있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강타는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굉장히 죄송한 마음도 많았다. 어찌 됐건 우리의 이야기를 통하지 않은 보도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었다. 늦었더라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기쁘지 않나. 앞으로도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 마무리

이동차 이벤트를 마친 장우혁은 “차를 이용해서 타고 왔다. 어떤 선물을 드릴까 하고 이렇게 해봤는데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토니는 “(여러분들이) 울면서 보고 있으니 기분이 색다르다. 그리고 모르겠다. 여러분들이 주시는 느낌, 눈빛,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마음 이런 게 너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이재원은 “함께하니 시간이 금방 가는 것 같아 아쉽다.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라고 했다.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지자 멤버들은 “계속하고 싶으니 주변 민원을 해결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토니와 장우혁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도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강타는 “다섯 명도 항상 말했던 게 너무나 간절하다. 어느 정도는 100% 믿지 않았던 게 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100% 안 믿었는데 간절히 바라니까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장우혁은 “될 일은 된다”라며 강타의 말에 힘을 실었다. 강타는 “홀로 서 있을 때 외로웠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더 행복하다”라고 했다.



상표권 이슈에 대한 이야기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털어놨다. H.O.T.는 17년만의 공연을 예고한 직후, H.O.T.라는 이름에 대한 상표권을 가진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와 의견 충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공연명 등에서 H.O.T.라는 이름 대신 풀네임을 썼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멤버들은 관객들에게 “우리가 누구죠?”라고 물었다. 관객들이 “H.O.T.”라고 외치자 이재원은 “우리가 말 한 게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멤버들은 “그런 이야기도 하지 말라”며 농담을 던졌다.

문희준은 “하이 파이브 오브 티네이져스, 건강한 다섯 남자들의 공연이 끝나가고 있다”며 관련 이슈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치 있게 언급했다. 멤버들은 이마저도 막아서 웃음을 자아냈다.

13일 공연을 마친 H.O.T.는 14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공연을 진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