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최근 TV를 켜면 어느 프로그램이든 음식을 먹는 모습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먹방에 과식을 하다 못해 소화불량에 이를 지경이다.

현재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여행’과 ‘먹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0회를 맞이한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부터 200회를 앞두고 있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엄청난 ‘먹부림’으로 주목을 받은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먹방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지라도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 잘 차려진 음식 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고 이후 출연자들은 복스럽게 음식을 먹는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먹방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먹방을 비튼 ‘굶방’이 등장하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공복자들’은 쏟아지는 먹거리와 맛집 속에서 한끼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허나 ‘굶방’을 앞세운 ‘공복자들’ 역시도 결국 굶은 과정에서 의미보다는 그 끝에 맛있는 한끼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먹방의 또 다른 변종과 다를 바 없다.

지난 9월 첫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폼나게 먹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토종 식재료를 찾아 전통 방식으로 요리법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토종 식재료를 찾는다는 공익성 뒤에는 여전히 먹방 코드가 짙게 깔려 있다.

‘먹방’ 콘텐츠는 이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먹방’ 콘텐츠가 예능을 넘어 드라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MBC에브리원 ‘단짠 오피스’(극본 장진아 연출 이현주)와 MBC 드라마 ‘대장금이 보고 있다’(극본 박은정 연출 선혜윤)이다.

‘단짠 오피스’는 30대 직장인들이 겪는 일과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음식과 함께 풀어낸 리얼 맛집 드라마다. ‘대장금이 보고 있다’는 오로지 먹는 게 낙이고 먹기 위해 사는 삼남매의 로맨스와 침샘까지 흐르게 하는 먹부림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다.

두 드라마는 직장인의 애환, 혹은 삼남매의 로맨스라는 이야기 안에 먹방 코드를 삽입하고 있다. 더구나 실제 맛집을 방송에 담아내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같은 느낌마저 받게 한다.

다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힐링’에 초점이 맞춰있다. 그로 인해 ‘킨포크 문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 워라벨 등의 다양한 ‘힐링 문화’가 유행을 하고 있다.

이에 맞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 역시도 ‘힐링’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허나, ‘힐링’이 ‘먹방’ ‘여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힐링’ 역시도 수많은 분야가 있다. 그럼에도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먹방’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결국 쉽게 가려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같은 먹방이 아닌 과식을 부르는 먹방을 만들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