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故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밝혔다.

16일 방송된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한국 외교통상의 현재, 한미FTA를 말하다'를 주제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어준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 "FTA 재협상 결과도 듣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협상을 두 번이나 총괄하신 분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개인적인 인터뷰는 전무하더라. 김현종은 과연 누구인가로 주제를 정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어준은 故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시절 어떻게 통상교섭본부장이 됐느냐 물었다. 이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제가 스위스에서 귀국해 WTO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통상에 대해 브리핑을 해달란 연락을 받았다. 딱 뵈니까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이 너무 멋있고 참 마음에 들더라. 그래서 매우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애국적인 분노를 갖고 계셨다. 매우 직관적이고 본능적이고 역사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이 있어 판단도 정확하신 것 같았다. 대통령과 첫날부터 통했다"고 털어놨다.

이를 들은 김어준은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 하셨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층 이탈을 감수하면서 FTA를 추진했다. 지금도 그때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구한말 관련 책을 보면 참 답답하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만 봐도 고위 관료들이 결정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 역사의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야 하는데 이때는 우리가 다자보다 양자의 FTA를 해야 하는 흐름이었다. 안 할 수가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뚝심을 갖고 '지지자들이 이탈할 수 있지만 안 하면 안 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제 생각엔 협상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그때 제가 수치로 잘했다는 증거가 없어서 홍보를 강하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김어준은 "홍보를 떠나 거의 매국노 수준으로 공격을 받으셨다. 온갖 비판을 받으셨다. 각 진영으로부터 그런 비판이 있을 순 있지만,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그런 비판들에 대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항변하신 적이 없다. 왜 그랬느냐"고 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그 당시에 고민을 많이 해서 머리가 하얘졌다. 그 당시엔 조금 억울한 감이 있어서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는 책을 썼다. 그런데 많이 안 팔렸다"며 "최근에 다시 보니 500페이지 책을 누가 읽겠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당시 한미FTA에 대한 괴담이 많았다. 감기 약 한 봉지가 10만원이 되고 맹장수술이 900만원이 되고 수돗물이 비싸 빗물을 받아써야 한다는 괴담들이 많았다. 제가 나중에 팩트체크를 해봤다. 2012년 6인실 기준 맹장수술이 42만원인데, FTA 발효된 후 45만원이 된 거다. 900만원 오르지 않았다"며 "단군이래 우리가 5천년 동안 단일민족으로 같이 살았는데 우리나라가 잘되기 위해 비판을 하는 것이기에 나와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다 말해줄 것인데 그 당시엔 결과가 없었기에 제가 홍보를 할 수도 없었다. 나중에 결과가 나온 걸 보면 FTA를 하기 1년 전인 2011년엔 대미 무역 흑자가 116억불이었는데 2016년에는 232억불이 된다. 지난해는 180억불이 됐다. 지난해 줄은 이유는 미국에서 에너지를 36억불 수입을 해왔다. 교역량은 계속 늘고 있고, 결과적으로 한미FTA는 우리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계속해서 김어준은 "문재인 대통령은 왜 또다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똑같은 자리에 불렀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제 생각에는 통상교섭본부장을 두 번하게 되고 미국에서 기자회견할 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걸 두번이나 해야 하나'고 하소연을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을 시킨 이유는 트럼프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상분야를 보니 평시에서 전시로 바뀌었다. 자유무역이 관리무역으로 가고 있다. 그것을 캐치하신 것 같다"며 "제가 참여정부 때 한미FTA를 협상했고 성사시켰기에 국익에 합치하지 않으면 김현종 본부장은 손해를 본다면 깰수도 있는 사람이란 판단을 하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계셨다. 제가 협상에 임할 때 두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하신 대로 장사치 논리로 임하고 불리하면 깬다. 둘째는 협상가들이 세계를 상대해서 결과를 잘 내야지만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해서 이 두가지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했기에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이밖에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시대가 초래할 무역 상황을 예측했었다며 "백인 중산층의 몰락을 봤을 때, 이 백인들의 절실함과 좌절감을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겠다고 봤다. 결국 이겼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은 미국 우선주의, 미국의 이익을 먼저 우선하는 정책을 밀고 나가려 할 것이었다. 경제가 나빠질 때는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는데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유무역협정, 통상 분야 때문에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FTA 폐기 가능성이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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