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배우 이서진은 멋지게 나이드는 중이다. "예능도 멜로도 이제 그만"을 외친 이서진은 나이에 맞는 배역과 작품을 통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이서진의 유연함이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였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정된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전화, 문자, 카톡을 모두 전체 공유해야 하는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서진 역시 영화의 독특함을 강조하며 만족을 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만큼 "요즘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를 할 것 같다. 10년 전에는 못 나왔을 소재"라며 공감을 자신하기도 했다. 특히 이서진은 "나중에 나오면 또 '올드'한 요소가 생길 것 같다. 지금 시대에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신감을 덧붙였다.

여기에 이서진은 자신이 맡은 준모 캐릭터 역시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연기였기에 더욱 만족했다고 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준모는 타고난 위트와 로맨틱한 성격 탓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 '꽃중년'이다. 이에 이서진은 아내 세경에게도 닭살스러운 애정 행각을 쏟아 내는 '사랑꾼' 캐릭터를 능청스러운 연기로 표현해낸다. 이에 대해 "이전부터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걸 해 보고 싶었다. 색다른 것들을 많이 찾았다"고 밝힌 이서진은 나도 나이가 들고, 지금은 또 장르도 다양해지지 않았나.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꽤 오래 한 터라 선택이 어렵지는 않았다"며 이번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다만 영화가 집들이를 위해 모인 오랜 친구들이 하룻밤 동안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만큼,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활용해 긴장을 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서진 역시 "배우들이 잘 해줘야겠더라. 진짜 베테랑들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7명의 친구들이 모여 대화를 하며 웃음과 긴장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했기에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적절한 리액션을 하고, 식사를 하는 등 자연스럽게 치고 빠지는 과정들이 있어야 했다는 것.

때문에 이서진을 비롯해 조진웅 유해진 김지수 염정아 윤경호 송하윤 등 배우들은 대본 리딩 이후 모임을 가지는가 하면, 촬영 중에도 함께 광주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했다. 또한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하며 완벽한 호흡을 위해 애를 썼단 이서진이다.

그의 말처럼 배우들의 노력은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친해졌기 때문에 40년 지기 절친한 친구 호흡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는 대본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 같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한 이서진은 "모든 게 거의 대화로만 진행이 되는데, 그냥 익숙하게 나왔다"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특히 "그러면서 애드리브도 같이 하고, 모두가 어우러져서 긴 신도 순식간에 지나갔다"라며 "이래서 경력은 무시할 수 없구나 싶었다. 서로 못 치고 들어가서 안달이었다"고 호흡에도 만족을 내비쳤다.

이 가운데 이서진은 조금은 철이 없고, 발랄한 준모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완급을 조절하며 극을 유쾌하게 이끈다. 이서진 또한 자신은 부담감이 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나는 심각한 장면이 없었다. 다른 커플들은 관계를 회복하려고 싶은 대화를 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준모는 밝고 생각이 얕다. 여자들도 그래서 편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캐릭터의 장점을 어필했다.



하지만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준모는 그만큼 가장 비밀이 많은 인물이기도 했다. 이에 핸드폰 공개를 앞두고 불안에 떨면서도 이를 감춰야 하는 미묘한 감정 표현이 더욱 중요했다. 이서진도 이에 공감하며 "게임 도중 전화나 메시지가 왔을 때 어느 정도 긴장을 해야 할지, 또 그걸 어느 정도로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 디테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연기하면서 많이 염두에 뒀다"라며 친구들 사이 미묘한 감정 역시 알듯 모를 듯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재규 감독 역시 배우들의 생생한 반응을 위해 실제로 벨이 울리게 하고, 문자와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며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했다.

이렇듯 이서진은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뤄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이는 이서진이 최근 가진 연기관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이제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이서진은 "부담도 덜 하면서 가려고 한다. 성공, 실패에도 연연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은 많은 멜로 작품들을 거절하며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사실 지금도 멜로 장르의 제안이 가장 많다"고 말한 이서진은 "현재 멜로물들은 거절 중이다. 내 나이에 멜로를 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는 소신을 털어놨다. 어린 여배우들과 로맨스를 연기하는 것이 이제는 불편해졌다는 것. "또래 배우와 하게 되면 그건 좀 재밌을 것 같다. 중년의 느낌이면 좋겠다. 너무 애절한 멜로는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이서진은 나이에 따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더불어 "너무 어린 척 젊은 척하는 건 별로다. 거스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잘 늙어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라며 나이에 맞는, 또 자신과도 잘 맞는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까지 내비쳤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단 이서진의 앞으로가 계속해서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daily.co.kr /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