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김성룡 전 9단의 과거 성폭행을 폭로한 헝가리 출신 바둑 기사 코세기 디아나가 한국기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당시 2차 가해를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한 매체는 한국기원의 지난 6월 1일에 작성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를 일부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기원 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피해자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게 "김성룡 씨는 진술인(코세기 디아나)이 성교를 거부하고 옷을 입은 후 즉시 집으로 갔다고 주장하는데, 바닷가에 놀러 간 것이 사실이냐"고 질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에서 갔다", "김성룡 전 구단이 아까는 제기 동의를 했다고 해놓고 여기서는 제가 거부하고 즉시 집으로 갔다고 틀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 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재차 질문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윤리위는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게 "김성룡 씨에게 호감을 가졌나"고 묻는가 하면,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으로 디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 측 진술이 사실일 경우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도 발언했다. 이밖에도 코세기 디아나 기사가 "당시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윤리위는 "디아나가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진술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윤리위는 코세기 디아나 기사가 제출한 증거도 채택하지 않았다.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사건 이후 친오빠에게 당시 상황을 적어 보낸 이메일 중 변호사의 조언을 토대로 사적인 내용을 제외한 사건 관련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이메일의 전문을 요구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조사 결과를 내며 김성룡 전 9단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성룡 전 9단이 코세기 디아나 기사를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자다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됐다"며 성폭행을 당했다는 코세기 디아나 기사의 주장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윤리위의 질의서와 보고서가 김성룡 전 9단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 김성룡 전 9단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리위가 보고서를 재작성해야 한다. 현 윤리위 위원들을 차기 윤리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료 프로기사 223명도 윤리위의 보고서 재작성 요청 서명에 동참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원 측은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다.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16일 코세기 디아나 기사는 2009년 6월 5일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바둑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에 한국기원 운영위원회는 5월 14일 소속 기사 내규 제3조 3항(전문기사의 의무)에 명시된 '본원의 명예와 전문기사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김성룡 전 9단에게 기사 활동 임시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윤리위를 열어 코세기 디아나와 김성룡 전 9단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김성룡 전 9단은 끝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한국기원은 6월 8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김성룡 전 9단의 제명을 결의했다. 김성룡 전 9단은 한국기원에 재심 청구서를 보내 불복 의사를 내비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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