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속보이는 TV'에서 홍순영 유괴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1일 밤 방송된 KBS2 교양프로그램 '속보이는TV 인사이드'(이하 '속보이는 TV')에서는 홍순영 유괴 살인사건을 다뤘다.

지난 1990년 6월 25일, 유치원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이아름 양(가명. 6세)을 유인해 살해한 뒤 물탱크 위에 시체를 유기한 유아 유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아이를 이미 살해하고도 돈을 요구한 극악무도한 사건의 내용만큼이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다름 아닌 범인의 정체였다.

일반적인 유괴 범죄의 범죄자들과 달리 부유한 집안의 셋째 딸이었던 홍순영. 게다가 명문대 출신에 방송국 기자인 23세 여성으로 알려지며, 대체 왜 홍순영이 이런 짓을 벌였는지 의문이 컸다.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홍순영은 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수사 결과, 놀랍게도 홍순영의 방송국 기자도 명문대 출신도 모두 거짓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차례 미수로 그친 유괴 전력까지 있었던 것. 홍순영은 가족은 물론 연인까지 속여 가며 수 년 간 가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여자 혼자 벌였다기엔 너무도 잔혹했던 범죄. 아이를 살해하고도 돈을 요구한 인면수심의 범죄자 홍순영. 홍순영은 당시 수억대의 건물을 소유한 집안의 셋째딸이었다. 그런 홍순영이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순영은 지난 1986년, 목표한 대학에 두 차례나 낙방했다. 유독 자존심이 강했다는 홍순영은 우연히 목표 대학의 학과인 학생증을 줍게 되고, 위조한 학생증으로 가족에게 대학에 합격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무려 4년 동안 명문 여대생행세를 한 홍순영.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 졸업식까지 치른 홍순영은 이후 방송국 기자라는 가짜 직함을 만들었다. 가짜 대학생 시절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꿈꿨으나 예비 시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자 남자친구의 환심을 돈으로 사기 위해 유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벌이게 됐던 것.

심리전문가들은, 홍순영이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RipleySyndrome)을 앓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홍순영이 그토록 갈망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명문대 졸업 후엔 방송사 기자로 취직했다며 위장 신분을 만들었던 홍순영. 대학 생활 중에 만난 대기업 직원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려고 했던 홍순영. 전문가는 "결혼을 함으로써 직장을 그만뒀다고 해 거짓말에서 탈출하려 했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담당 형사는 당시 홍순영의 상황에 대해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부모가 홍순영이 키가 작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했다. 남자친구 부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큰 돈을 필요로 했던 홍순영. 또한 홍순영은 남자친구의 직장 동료에 대한 극도의 질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홍순영은 연적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아이를 충동적으로 납치했고, 이는 홍순영의 첫 번째 유괴였다. 홍순영은 첫 번째 유괴 당시 부모에게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집 옥상으로 유인해 아이를 상자 속에 결박하여 방치했다. 다행이도 아이는 홍순영의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미수로 그친 유괴사건이 별탈 없이 지나가자 홍순영은 두 번째 유괴사건을 계획했다. 이 두 번째 유괴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그 사건이었다.

모든 거짓말이 탄로난 홍순영은 재판 내내 사형을 시켜달라고 난동을 부렸고, 끝내 사형을 선고받은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