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고(故) 신성일이 4일 오전 2시 30분 전남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

고 신성일은 지난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해 '맨발의 청춘' '장군의 수염' '별들의 고향' '길소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기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금까지 약 500여 편이 넘는 작품의 주인공을 맡으며 '청춘 스타' 이미지를 굳힌 그는 영화계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빛내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성일은 데뷔작 '로맨스 빠빠'를 통해 만난 엄앵란과 부부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그는 1964년 결혼했으며, 슬하에 아들 강석현 씨, 딸 강경아 강수화 씨가 있다. 결혼 이후 영화 제작에 이어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동구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하며 정치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던 지난 2017년 6월, 그는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삶에 대한 열정을 내비쳐온 그는 투병 중에도 각종 방송프로그램 출연 및 영화제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특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고 신성일은 지난 60년 가까이 배우 활동해온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영화를 하는 사람은 딴따라가 아니다"고 변하지 않는 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소신을 드러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엄앵란을 비롯한 유족들이 그의 가는 길을 함께했다. 엄앵란은 유족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식을 도왔다. 또 엄앵란은 자녀들로부터 전해 들은 고인의 유언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딸이 '마지막으로 할 말 없냐'고 하니, (신성일이) '재산 없다'라고 말했다"며 "딸이 '어머니(엄앵란)에게는 할 말 없냐'고 물으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하라'고 했다더라"고 의연하게 신성일의 유언을 대신 전했다.

그는 남편이자 동료 배우였던 신성일에 대해 "신성일은 사회적이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생각한다"며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인이었다. 까무러치는 때까지 영화 생각뿐이어서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버텨서 오늘날까지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엄앵란은 "저승에 가서 못 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살길 바란다. 구름 타고 놀러 다니라고 하고 싶다"고 신성일에게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신성일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동료 선후배도 함께 했다. 배우 신영균 이순재 김수미 박상원 임하룡 황혜영 조인성 등이 빈소를 찾아 발디딜 틈 없게 고인의 마지막을 위로했다. 장례식에 함께한 안성기는 "60년대 아역배우로 데뷔한 후 함께 활동했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선배님의 모습을 지켜봐 왔다. 정말 안타까운 건 내년에 함께 영화 한 편을 하기로 약속했다. 시나리오도 거의 다 나왔다. 오랜만에 같이 해서 너무나 기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돼 안타깝고 허망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절친했던 동료 배우 김수미는 눈물을 금치 못했다. 김수미는 "불과 두 달 전에도 같이 밥을 먹었다. 더 계실 수 있었는데"라며 "하늘에서도 배우하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조인성은 "생전에 한 번밖에 못 뵀다. 가시는 길 인사드리러 왔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배우 박중훈 송혜교 정준호, 강우석 감독, 강제규 감독 등은 근조 화환을 보내 생전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SNS를 통한 후배 동료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가수 인순이는 SNS를 통해 "꼬맹이 때는 결혼하신다고 울고, 지금은 멀리 가셨다고 울고. 선배님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로 그를 추모했다. 배우 한지일 또한 "며칠 전 통화에서 '몸이 아프니 전화하면 오라'고 하신 말씀이 마지막 형님의 전화 목소리였다. 형님 고이 잠드소서. 많이 보고 싶을 거다"라며 "많이 보고 싶을 거다. 사랑한다.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자꾸 눈물이 난다. 보고 싶다. 조금만 기다려라. 일 끝나고 달려가겠다"라는 글을 SNS에 게재해 슬픔을 드러냈다.

고 신성일이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만큼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된다.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가 공동 장례위원장이다. 고인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오전 11시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 화장을 진행하며,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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