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원작의 인기,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계룡선녀전'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로 아쉬움 속에 출발했다.

지난 5일 밤 케이블TV tvN 새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극본 유경선·연출 김윤철)이 첫 방송됐다. '계룡선녀전'은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녀 선옥남(문채원)이 정이현(윤현민)과 김금(서지훈), 두 서방님 후보를 우연히 만나면서 과거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코믹 판타지 로맨스극이다.

'계룡선녀전'은 시작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단행본으로도 발간될 만큼 인기 있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고, 비교적 높은 싱크로율의 캐스팅으로 기대감을 심었기 때문이다. 또 전작 '백일의 낭군님'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후속작인 '계룡선녀전'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계룡선녀전'은 첫 방송부터 실망을 안겼다. 먼저 어색한 CG는 등장 순간마다 몰입을 방해했다. 이날 방송에눈 고양이의 모습을 한 점순이, 구선생(안길강)의 등장, 비둘기 이불 등 다양한 장면에서 CG가 사용됐다. 그러나 누가 봐도 티가 나는 조악한 CG는 어색함만 자아냈다.

판타지 요소가 섞인 '계룡선녀전'은 많은 크리쳐가 등장할 예정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김윤철 PD는 "우리나라 드라마 중 가장 많은 CG의 크리처가 등장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다양한 CG는 국내 드라마 시스템 상 실현이 힘들기 때문에 '계룡선녀전'은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6개월 전부터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김 PD "호랑이가 완성되려면 최소 물리적 시간으로 2~4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작진의 노고에도 부족한 CG의 퀄리티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도 붕괴됐다. 이원대학교 최연소 부교수 정이현 역의 윤현민은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의 외모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민하고 까칠한 캐릭터인 정이현은 촐싹대고 예의 없어 보이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남자 주인공 정이현이 이처럼 무게감 없이 그려지는 것은 추후 그려질 로맨스에서 설렘을 유발할 수 있을지 걱정을 앞서게 했다.

이원대학교에서 커피 트럭을 운영하는 '터주신' 조봉대 역의 안영미는 가죽 점프 수트, 새빨간 칼단발 등 지나친 설정과 오버 연기는 어색함을 남겼다. 원작 속 조봉대는 웃음 담당이 아니었지만 이 같은 설정과 연기는 조봉대를 개그 캐릭터로 몰아갔다.

특히 몇몇 장면 속 조봉대의 오버 연기는 불편함을 자아내기도. 정이현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며 엉덩이를 들이밀거나, 선옥남의 커피를 맛보고 황홀경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할 때 눈알을 뒤집는 연기 등이 그러했다. 재미를 위해 캐릭터에 변주를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극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그나마 문채원과 고두심의 자연스러운 2인 1역은 재미를 더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교차되는 순간마다 표정과 행동의 디테일을 살려 한 캐릭터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또한 사극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문채원이 이번 작품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입고 옛 말투를 쓰면서 선녀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냈다. 특히 커피를 만들며 주문을 걸듯 속삭이는 장면은 자칫 유치해질 법도 했지만, 문채원은 이를 선녀라는 캐릭터에 잘 스며들게 만들었다.

'계룡선녀전'이 많은 사랑받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전개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고, 원작이 가진 따뜻한 메시지를 잘 녹여내는 것이 관건.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계룡선녀전'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