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좋은 사람에게는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드러나는 따뜻한 에너지가 있다. 김선호는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였다.

김선호는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연출 이종재)에서 조선 최고의 뇌섹남 정제윤 역을 맡았다. KBS2 '김과장'으로 안방극장에 처음 발을 들인 김선호는 그간 KBS2 '최강 배달꾼', MBC '투깝스' '미치겠다 너땜에!'까지 연달아 출연하며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왔다. 다소 개구지고 능글맞은 캐릭터들을 맡아온 김선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 훈남'으로 변신해 부드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백일의 낭군님'은 마지막 회 14.4%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 사전제작인 탓에 작품의 인기를 잘 체감하지 못했다는 김선호는 "요즘 인터뷰하면서 인기를 조금 느꼈다. 다들 작품이 잘 됐다고 해주셔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엔 사극이라는 장르에 처음 도전하며 걱정이 많았다"는 김선호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에 출연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극에 전부 보이지 않았지만 제윤은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미관말직을 전전하는 캐릭터였다. 적자인 형과의 관계 등 드러나지 않은 아픔을 간직함 인물이기도. 김선호는 "아픔도 있고 매력도 있는 정제윤이라는 인물을 만나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김)기두 형과 전화로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본 리딩 전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일의 낭군님'은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징과 더불어 궁과 송주현의 상반된 분위기 탓에 연기 톤을 조절하기에 쉽지 않았다. 사극 어투를 위해 선배들의 작품을 많이 찾아서 봤다"면서도 "사극 어투가 특정 지방 사투리처럼 정해진 것 없다. 전부 달랐다"며 어려웠던 점들을 토로했다. 결국 "조금씩 참고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사극을 하자'고 다짐했다"는 김선호다.



정제윤은 세자 이율(도경수)을 제외하고 거의 유일하게 궁과 송주현을 오가는 캐릭터였던다. 이를 연기한 김선호는 궁과 송주현을 오가며 배우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은 김선호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입을 모으기도.

김선호는 "자세히 보면 정제윤이 한 번도 사건에 감정적으로 연루되거 나 직접 해결한 적이 없다. 주요 역할은 정보전달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 점이 고민됐다. 이 인물이 되도록이면 과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위트 있게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내가 정재윤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다른 사람들이 원활하게 끌어갈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 생각했다"는 김선호는 "궁과 송주현 촬영 현장에 갈 때마다 선배님들의 분위기와 대사를 듣고 매번 태세를 전환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함께하는 배우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런 점들이 극 밖에도 묻어나게 됐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은 김선호였지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본인이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는 것. 다섯 번째 작품인 '백일의 낭군님'에 이르러서야 촬영 현장에서 낯을 덜 가리고 마음이 편해졌다는 김선호다. 그는 "이제야 현장에서 배우 김선호로서 적응하고 대화하는 법을 알 것 같다"며 "'백일의 낭군님'은 선배님들은 물론 또래나 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배운 게 많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더 허물을 벗고 사람들과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낯가림이 더 심했던 김선호는 연기를 통해 이를 극복해왔단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친구에게 들은 한 마디를 털어놨다.

"저도 제 과거를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군대를 다녀와서 공연하고 있는데 우연히 동기가 보러 왔어요. 그 동기가 '선호야 너 진짜 많이 변했다'라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성격도 변하는 것 같고, 사람을 대하는 게 저만의 태도도 생기게 되더라고요. 연기에도 그런 게 묻어나고. 그래도 여전히 힘들 때는 사람을 피하기도 하고, 제 얘기를 잘 못해요. 누구랑 매일 연락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못해요. 그래서 대본을 보고 한 다섯 시간씩 사색에 잠긴 적도 있어요. 여러 면들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안방극장에서 이제 다섯 작품을 마친 김선호지만 2007년부터 연극 '뉴 보잉보잉' '옥탑방 고양이' '연애의 목적' '클로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무대에 오르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가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른 계기는 대학 졸업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나온 김선호는 어느 날 대학교 동아리 동기인 배우 이동휘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일 년간 프로필 100장을 돌렸는데 오디션 1번 봤다"는 말에 현실의 벽을 느꼈다고 한다. 김선호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체 연기보다는 좋아하는 공연을 찾아 무대에 많이 오르기 됐고, 진짜 하고 싶은 공연이 뭔가 생각하게 됐다"며 "그러면서 점점 큰 프로젝트 공연에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되고, 그렇게 꿈을 키워갔다"고 떠올렸다.

배우로서 김선호의 목표는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는 것"이란다. 그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밝은 기운을 보고 있자면, 이미 그는 충분히 '사람 냄새'가 가득한 배우였다.

"'다음 작품도 쟤랑 같이 하고 싶다'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배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건 연기적으로만 훌륭해도 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인성을 비롯해서 다 포함하는 거죠. '저 사람이라면 같이 할 수 있겠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배우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