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이 땅에서 누구보다 진짜 영화배우의 삶을 사신 분". 배우 독고영재가 세상을 떠난 선배 연기자 고(故) 신성일에 대한 추억을 밝혔다.

6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신성일의 영결식과 발인식이 진행됐다. 유족으로 아내인 배우 엄앵란과 장남 강석현, 장녀 강경아, 차녀 강수화 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고영재는 영결식 사회를 맡아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그는 영결식과 발인이 끝난 뒤 화장터와 장지까지 동행하기에 앞서 티브이데일리와 만나 생전 고인과의 추억에 대해 털어놨다.

독고영재는 부친인 배우 고 독고성 대부터 신성일과 막역한 인연을 맺었다. 독고성과 신성일이 1960년대를 주름잡는 스타로 동고동락했고 독고영재도 부친의 뒤를 이어 배우의 길을 걸으며 신성일과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최근까지 연락을 나누고 서울과 고인의 고향인 경북 영천을 오가며 왕래할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이에 독고영재는 기꺼운 마음으로 영결식 사회를 맡았고 선후배 및 동료 영화인들과 고인의 장례를 영화인장으로 꾸리는데 힘썼다.

그만큼 독고영재는 신성일의 죽음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진짜 건강하셨다. 건강해야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기본이셨다. 예전에 이태원 쪽에서 식당을 하면서 신성일 선배님을 만났는데 그때 '영재야 운동 많이 해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계셨고 실제로 알통도 만져봤더니 딴딴했다"며 "올해 4월에 뵀을 때도 병마가 오기 전까지 계속 운동하셨고 이후에도 기본은 하신다고 했다. 10년은 더 함께 해주실 줄 알았는데 만난 지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놀라움과 슬픔을 표현했다.

실제로 신성일은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 불릴 정도로 강인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독고영재는 신성일이 생전 5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점을 언급하며 "겹치기 출연만 12편 정도 하셨다고 들었다. 대단한 정열이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고인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이어 "그 시대에는 통금이 있어서 밤 10시만 되면 일반적으로 촬영을 못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아주 바쁜 배우들에 한해서 국회의원도 못 받던 야간통행증을 써줬다"며 혀를 내둘렀다.

독고영재는 신성일이 2000년 제16대 총선에 당선되며 정계에 뛰어든 점에 대해서도 높이 샀다. 비록 이와 관련 고인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긴 했으나, 그 시작은 문화예술인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는 것. 독고영재는 "시대의 풍운아까지는 아니어도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욕심이 있으셨던 분이다. 정치를 굳이 왜 하시냐고 물었더니 '우리 중에 누구라도 해야 문화예술인들이 먹고살지 않겠냐. 가만 보니 우리를 광대 취급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추억과 기억을 뒤로하고 독고영재는 신성일을 "진짜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영화배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진정한 배우는 많지 않다. 신성일 선배는 진짜 영화배우의 삶을 사신 분이다. 이 땅에서, 지금까지 많은 영화인들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영화배우의 긍지로 사셨던 분이 얼마 없다. 활동하시는 것도, 가시는 순간까지 영화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안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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