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활동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아닌 일본 언론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류를 정치적 이슈의 희생양으로 삼은 탓이다.

10일 일본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이 멤버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 논란으로 인해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이하 '엠스테')과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NHK '홍백가합전'이나 후지TV 'FNS가요제' 같은 연말 음악 방송 출연까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민은 원자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흑백으로 프린팅하고 우리 역사, 해방, 코리아, 애국심 등의 영문을 적은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입은 바 있다. 일본의 극우 매체들은 이 같은 지민의 의상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급기야 '엠스테' 측은 공식 홉페이지를 통해 9일 출연하기로 한 방탄소년단의 무대 연기 소식을 공표했다. '엠스테' 측은 "지민의 '광복절 티셔츠'가 파문을 일으켰고, 그 옷을 착용한 의도를 물어봤으며 소속사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번 출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제 출연이 성사될지 모르는 사실상의 취소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은 '엠스테' 출연 연기를 인정한 뒤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연말 음악 방송 출연 불투명 여부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만큼 일본 반응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일본 내 진정한 반발심의 대상은 방탄소년단이 아닌 한류라는 문화 자체다. 실제 일본에서는 한류가 성행하며 일본 내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얻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혐한 키워드가 대두됐다. 여기에 최근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승포 판결을 확정하며 한·일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자 한국에 대한 반발심이 극대화됐다. 굳이 방탄소년단 지민의 과거 의상을 두고 트집 잡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가 브랜드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며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팬들 또한 일본의 행보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적극적인 역사 의식을 더욱 지지하는 모양새다. 한국 팬들로서는 국가적 문제를 중요시하는 방탄소년단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고, 해외 팬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뜻 있는 행보를 치켜세우고 있는 것. 팬들 일각에서는 오히려 쉴 수 있는 계기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미 한류 시장은 일본을 넘어 미국과 남미, 유럽 등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세계로 확산된 지 오래다. 방탄소년단이야 말로 빌보드와 AMA 등 미국 내 대중적인 음악 시상식을 석권하며 탈아시아적 한류의 흐름 중심에 있다. 결국 방탄소년단의 일본 음악 방송 연기는 세계적으로 유행을 탄 문화 콘텐츠 한류조차 정치적 이슈의 연장선에 놓은 일본 정부의 폐쇄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에 일본 정부의 어깃장이 통할 수 있을까. 쉽게 말은 안하지만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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