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안방에서 음주 장면을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청소년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공재인 TV 전파 속 음주신은 전면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 알코올 토크를 표방하는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3일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주류 광고에서 광고 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 금지된다. 음주를 유도하고 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는 PPL(간접 광고)와 무관하지 않은 드라마, 예능의 표현 수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인생술집'은 술자리를 통해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기획 의도를 지닌 토크쇼다. 수많은 스타들이 출연해 평소 즐기는 술에 대한 예찬을 펼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누가 얼마나 술을 맛있게 먹는지'도 주요 포인트다. 이 예능에서 음주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장치인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직접적인 음주 장면의 금지는 광고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에도 포함된다. 음주 장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엄격하게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음주가 토크의 매개체인 '인생술집'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는 음주운전 피해자인 고(故)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피해자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절주를 권하는 문화 조성이 필수고, 대중 매체가 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술을 권하는 '인생술집'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대치되는 부분이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생술집'이 15세 이상 시청자 등급이라는 점이다. 이 프로는 지난 4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한 차례 음주 미화 조장으로 제재를 받았다. 소주와 맥주를 반복적으로 마시는 장면을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 방송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사회적 분위기에 반하는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만큼 '인생술집'에 대한 시청자 민원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 제작진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해 '인생술집' 제작진은 13일 티브이데일리에 "'인생술집'은 술을 마시는 토크쇼라기보다 술자리를 콘셉트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방송 심의를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 등급에 청소년이 포함돼 있다는 점, 음주 장면 자체가 곧 금지된다는 점에 대한 문제는 프로를 전면 개편하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술을 마시는 장면을 직접 연출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지만 콘셉트 상 여전히 건배사를 외치거나, 주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는 사회 전반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다. 변화하려는 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인생술집' 역시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인생술집' 포스터,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