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인간극장’ 엄순분 할머니가 시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14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은 ‘엄순분의 봄날’ 3부로 꾸며진 가운데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 사는 이병한(78), 엄순분(75) 내외의 일상이 그려졌다.

엄순분 할머니는 정선아리랑 노래극 ‘여자의 일생’ 실제 사연의 주인공으로, 실제 극에도 오르고 있다. 이날 그는 “연습하는 건 몰라도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은 보면 좋을 텐데. 아이들 같으면 강제로라도 끌고 갈 텐데”라며 공연을 보러 오지 않는 할아버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첫 공연에 이병한 할아버지는 고추를 따러 가야한다며 공연장에 오지 않았다. 할머니는 본인에게 중한 일인데 나 몰라라 하는 영감님이 야속하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평생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몰랐다고. 공연 연습 탓에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할머니는 늦게라도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나섰다.

식사를 마친 이병한 할아버지는 “옛날 어른들은 여자가 남자들한테 말도 제대로 못 붙였다. 우리 시대는 얼마나 좋냐”고 했고, 할머니는 또 입을 삐쭉이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엄순분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괜한 기대를 한 것 같아 울적한 기분에 홀로 집을 나섰다. 뒷산으로 향한 할머니는 “가서 한 바퀴 돌고 오면 마음이 괜찮아 지더라”며 애써 마음을 풀었다.

7살 때 화전민이 되어 산에 들어온 엄순분 할머니는 열일곱에 시집을 와서도 산골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열두 식구 끼니를 혼자 챙겨야했고 시어머니는 술만 마시면 모진 소리를 쏟아냈다.

엄순분 할머니는 “시어머니께 어두운데서 울며 밥해서 갖다드리고 그랬다. 속상해서 밥 안 먹고 있으면 우리 시할머니가 그래도 끼니 챙겨 먹으라고 했다”며 시할머니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시할머니가 때로는 나를 붙들고 울면서 ‘시어머니 잘못만나서 고생한다’고 울고 그랬었다. 그때 시할머니도 붙들고 서로 울었다”며 눈물로 넘어온 세월을 떠올렸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1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