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아이돌들이 연기에 도전할 때 주로 쓰는 수식어는 ‘연기돌’이다. 그룹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익숙한 단어가 됐다. 반면 ‘배우돌’이라는 수식어는 생소하다. 배우들이 그룹을 형성, 아이돌과 같은 활동을 한다는 개념이지만 대표할만한 인물들이 많지 않았다.

여기에 그룹 더 맨 블랙(강태우 고우진 신정유 엄세웅 윤준원 이형석 정진환 천승호 최성용 최찬이)이 출사표를 던졌다. 배우와 아이돌의 경계를 허물고 ‘멀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이들이다.

얼핏 보면 서강준과 공명, 이태환 등으로 구성된 그룹 서프라이즈와 비슷한 형태다. 그도 그럴 것이 더 맨 블랙은 서프라이즈를 만든 나병준 대표(현 스타디움, 구 판타지오 대표이사)의 야심작이다.

서프라이즈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하지만, 더 맨 블랙은 다양한 면에서 업그레이드 됐다. 우선은 규모가 커졌다. 무려 10인조다. 열 명의 멤버들이 고유의 색깔에 맞춰 콘셉트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이형석은 “유닛 활동 등을 고려한 선택이다. 한 두 명이 작품에 들어가면 그룹 활동은 힘들어 지지 않나. 다른 멤버들이 언제든 유닛을 꾸려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인원수를 정하게 됐다”라고 했다.

더불어 “열 명이지만 엄선해서 만들어졌다. 매월 평가를 했는데 거기서 탈락한 친구들도 많았다. 성용이가 가장 오랫동안 연습을 했기 때문, 가장 많은 친구들과 이별했다. 늘 아파했고 견뎠다. 그래서 성용이가 그룹에서 ‘멘탈 매니저’를 맡게 된 것 같다”고 했다.

20대 남자 10명으로 구성됐지만, 군 입대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그룹이었다. 맏형 정진환을 비롯해 엄세웅, 이형석, 최성용, 윤준원 등 다섯 명은 이미 예비군이다. 동생들의 병역의 의무를 다 할 때 형들이 계속 동생들의 빈자리를 채워갈 수 있음을 자신 있게 내세웠다.




‘배우돌’이지만, 더 맨 블랙은 음악 활동에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싱글 형태의 앨범을 내고 팬미팅 용으로 그 음원을 사용했던 서프라이즈와는 달리, 더 맨블랙은 데뷔 앨범부터 무려 다섯 곡이 담긴 미니앨범을 선택했다. 첫 미니앨범 ‘배리어스 컬러스’(Various Colors)는 15일 발매됐다. 같은날 케이블TV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해 데뷔곡 ‘프리폴’(Free Fall)로 무대도 꾸몄다.

윤준원은 “일단 실력은 부족하고 아직 갈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는 중이다. 그래도 우리가 준비한 다섯 곡에 대해서만큼은 자부하고 있다. 많이 들었고, 좋아한다. 그래서 애정이 많다”라고 했다.

음악방송은 색다른 경험이 됐다. 이형석은 “음악방송을 할 때는 배우돌이 아닌 가수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연기할 땐 배우지만 무대에서는 가수다. ‘배우를 하는 친구들이 이 정도면 봐줄만 하네’가 아니라 ‘가수로 보기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밤잠 설쳐가면서 준비했다”라고 했다.




연기돌에게 연기력 논란이 따르듯, 배우돌에게는 춤, 노래 실력에 대한 지적이 따를 수 있다. 가수들의 고유 영역을 쉽게 여긴다는 편견에도 사로잡힐 수 있다. 더 맨 블랙 멤버들 역시 우려하는 부분이었지만, 연습으로 이를 채워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진환은 “춤을 추는 것도 낯설었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우리가 채워내려 했다.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보다 보면 생각이 바뀌게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연습생 때부터 춤, 노래 레슨을 병행해 왔다. 월말 평가를 할 때 항상 특기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래서 멀티테이너에 대한 개념도 조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부감이 든다거나 두렵거나 하기 보다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형석은 “아이돌은 춤, 노래를 하면서 연기도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런데 배우들이 춤과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깨기 위해서 나왔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배우겸 가수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숙제 같은 고민이지만 대개는 긍정적이었다. 최성용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도 춤, 노래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고 하지 않나. 그래서 한 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강태우는 “점점 배우와 아이돌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시대 아닌가. 배우, 아이돌이 다 합쳐져야 연예인인 것 같다.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겠지만, 10년쯤 후면 그런 경계선도 허물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형석은 “그래도 굳이 배우나 가수를 정하라고 하면 배우란 말을 듣고 싶다. 노래도 불러보고 춤도 쳐보고 하니 노래와 춤에도 연기가 기반이 되더라. 무대에서 춤, 노래를 하는 것도 연기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꼽으라면 배우지만, 그 안에서도 멀티테이너,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듣고 싶다”고 했다.




꾸준히 말했듯 이들의 일차적 목표는 대중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정진환은 “더 맨 블랙을 누군가 떠올렸을 때 ‘믿고 보는 더 맨 블랙’이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또 ‘배우돌’이나 멀티테이너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내년, 내 후년에라도 모두가 다른 작품에서 활약하면서 연말 시상식에서 뭉치고 싶다”고 했다. 이형석은 “영화제 축하무대를 보통 아이돌이 서지 않나. 그 무대에 배우돌인 우리가 서면 딱 좋을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