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카메라 앞에서 지시 받던 연예인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가로채!널'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포문을 열었다.

SBS 새 예능 프로그램 '가로채!널'(이하 '가로채널')이 15일 밤 첫 방송됐다. '가로채널'은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내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는 모토 아래 100만 구독자 달성을 목표로 한 스타들의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그린 예능이다. 지난 추석 연휴 중 파일럿으로 첫 방송된 뒤 정규 편성됐다.

첫 방송에서는 파일럿 때도 출연했던 방송인 강호동과 코미디언 양세형 등이 출연을 이어갔다. 강호동은 그룹 빅뱅 멤버 승리와 함께 배우 이시영을 만나 휴지 멀리 날리기 등의 대결을 하며 '강호동의 하찮은 대결'(이하 '강하대') 콘텐츠를 이어갔다. 또한 양세형은 셰프 이연복과 함께 서울 명동 분식집을 돌며 '맛집 장부'(이하 '맛장') 콘텐츠를 지속했다. 여기에 그룹 에이오에이(AOA) 멤버 설현과 찬미가 합류했다. 두 사람은 '힐링 여행'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미 개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찬미는 ASMR 콘텐츠까지 언급하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출연진의 의욕이 시청자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

최근 급부상하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군은 말 그대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람들이다. 대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장기와 취미를 살려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포니, 이사배, 씬님과 같은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만의 화장법과 다양한 뷰티 제품들을 소개하고, 밴쯔와 햇님 같은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먹성과 식성, 음식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식이다. 구독자들은 크리에이터라는 개인보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가로채널'의 출연자들은 다르다. 강호동, 양세형, 승리, 이시영, 설현, 찬미 모두 그들이 보여주는 어떤 콘텐츠보다 연예인으로서 개인의 매력과 재능으로 시청자의 관심과 호감을 샀다. 강호동은 구수하고 재치 있는 입담, 양세형은 어떤 상황에도 재기발랄한 순발력, 승리는 빅뱅 멤버로서의 퍼포먼스, 이시영은 드라마와 영화 속 한 캐릭터, 설현과 찬미는 에이오에이 무대의 멤버로 각각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에 '가로채널'의 핵심은 카메라 앞에서 제작진의 지시에 의해 이미지를 만들던 연예인이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간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구독자 100만 명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지도나 이미지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재능으로 성공적인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가로채널'의 첫 방송은 이 같은 핵심을 보여주는 데에 실패했다. 출연진 대부분 자신이 만드는 동영상 화면 너머의 구독자보다 '가로채널'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시청자와 제작진을 의식하는 보이기 일쑤였다. 콘텐츠 자체의 매력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강하대'의 경우 기존 예능의 막간 게임이나 하위 코너를 떠올리게 했고, '맛장'은 단순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다. 설현과 찬미의 경우 최근 유행하는 ASMR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에 집중하기도 했으나 두 사람만의 콘텐츠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과연 '가로채널' 멤버들과 제작진은 이 같은 아쉬움을 딛고 10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 멤버들의 인지도만 보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으로서 쌓은 이미지로 얻은 구독자 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가로채널'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홈페이지 및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