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최근에야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는 배우 송승헌은 자신의 빛났던 20대 시절을 창피하다고 표현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때 환호하던 대중에 느낀 미안함을 고백하고, 시종일관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을 언급하던 그다. 진심이 담긴 송승헌의 솔직함은 지난날에 대한 실망감보단, 오히려 앞으로를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송승헌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극본 신재현·연출 고재현)에서 천재 사기꾼 강하리 역으로 활약했다. 강하리는 수려한 외모와 재치 있는 언변, 타고난 배짱을 겸비한 인물. 그는 작전 성공을 위해 검사, 경비원, 컴퓨터 수리기사, 기자, 택배기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의 변신을 해내며 극에 볼거리를 더했고, 여유와 허세를 오가는 매력적인 연기로 단단히 극을 이끌었다.

송승헌의 파격적인 변신은 데뷔 20년이 지난 그에게 ‘새롭다’는 평을 듣게 했다. 지난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감독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송승헌이 아닌, 짓궂은 면이 있는 송승헌의 또 다른 면을 강하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송승헌 역시 많은 상의와 고민 끝에 캐릭터를 잡고 강하리를 위해 평소보다 한 톤을 올려 연기 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송승헌에게도 유독 의미 깊게 남았다. 이번은 작품은 그에게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으며, 스펙트럼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송승헌은 자신의 2,30대 시절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는 “옛날엔 방송국 가는 게 두려웠고, 촬영이 연기 됐으면 싶었다. 그때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대해 잘 몰랐고, 연기가 재밌지도 않았다. 이게 내 길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10년이 훌쩍 지나간 것 같다”며 자신의 20대를 ‘당황스러움의 하루하루’라고 표현했다.


그런 송승헌을 바뀌게 한 건 전역 후 30대에 받은 한 통의 팬레터였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연기자라는 직업은 축복을 주는 직업이 아니냐고 묻던 문장 한 줄은 그를 뜨끔하게 했다. 송승헌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직업이 됐고, 연기에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돈, 밥벌이를 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팬레터를 읽고) 창피했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후 그는 영화 ‘인간중독’을 통해 부하의 아내와 불륜에 빠지는 역할로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인간중독’ 후 작품 선택의 폭이 확 넓어졌다는 그는 친일파도, 평범한 구청직원도 해보며 연기의 맛을 알아갔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왕자님 같은 역을 주로 맡아왔던 그는 최근의 다양한 변신을 통해서야 대중이 보는 자신이 포장 되고 싸여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송승헌은 “이번 작품하면서 가장 좋았고 놀랐던 건 ‘송승헌 새롭네’였다. ‘20년 연기를 했는데 뭐가 새롭다는 거지’ 했는데, 대중에겐 막이 있었나보다. 멋지게 꾸며진 역할을 할 때보다 힘을 뺀 연기를 좋게 봐주시는 게 의외였다”며 자신의 변화에 다르게 반응하는 대중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드러냈다.

20대, 그리고 30대 초반까지도 연기에 재미를 못 느꼈다며 그 시절에 대한 창피함을 토로한 그였지만, 무려 20년을 톱스타로 지내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있었을 터. 하지만 송승헌은 “그것마저도 제 복”이라며 “내 길이 맞나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고민에 촬영장 가기도 싫고, 연기는 재미없는데 팬들 앞에서 웃어야 하고, 환호에는 ‘감사합니다’를 했어야했다. 사람들의 환호가 미안하기도 했다”고 다시 한번 당시의 자신에 대해 털어놨다.


대화 내내 ‘창피한 일’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그에게서는 과거에 대한 깨우침과 함께, 새롭게 정의하게 된 자신의 일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이는 “창피할 정도로 최근에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는 송승헌에게 연기적으로 꿈꾸는 미래와 목표 역시 다시 세우게 만들었다.

그는 “작품 속 톰크루즈가 너무 멋있어서 나이를 찾아봤더니 저보다도 15살이 많았다. 저 분처럼 저 나이가 되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꿈이 생겼다”며 “단순히 액션을 잘해서 멋있기보단 배우로서 닮고 싶었다. 작품 속 분위기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있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꿈이 생긴 그는 이전에 주로 맡아왔던 비현실적 왕자님 같은 캐릭터를 내려놓고 연기적으로 더 인정받고자 했다. 그는 “당연히 더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다. 청춘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는 ‘이제 저 사람이 좀 배우 같네’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만큼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각오를 밝혔다.

20년이 넘게 연기를 해온 사람이 새로운 다짐을 했다. 직업과 일에 대한 진중함을 깨닫고, 부끄러웠다는 과거를 스스럼 없이 털어놓은 그는 이제 대중과의 보이지 않는 막을 걷어내려 한다. 변화를 위해 기꺼이 미움 받을 용기를 낸 송승헌의 연기 인생 2막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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