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3년이 지나도록 아시아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넷플릭스가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아시아 11개국을 상대로 대규모 행사를 열며 의욕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겠다는 포부다. 한국은 넷플릭스의 진입에 자리를 내주게 될까.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이하 'OTT') 넷플릭스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11개국 200여개 매체를 초청, 라인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넷플릭스의 미래 전략에 아시아 시장이 최우선에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유료 VOD 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48%, 45%를 차지하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점유율은 9%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가 아시아, 그중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는 2016년 첫 한국 진입 당시 계약 추진에 있어 수익 배분 비율을 자사에 유리하게 책정했다. 당시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들 역시 OTT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했던 탓에 넷플릭스와 손잡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과의 협상에 실패하면서 한국의 콘텐츠를 보유하지 못한 넷플릭스는 그들의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별다른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한 달 무료'라는 이벤트를 장기간 실시했음에도 구독자는 도통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OTT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놀라운 장악력을 보여줬고, 넷플릭스는 이 시장의 공룡이다.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한계에 부딪힌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플랫폼, 넷플릭스가 필요한 상황에 봉착했다.



넷플릭스 역시 비슷한 시기, 간과하고 있던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이미 세계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에게 남은 시장은 아시아가 유일하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한국 시장은 더욱 그렇다. 양측의 시점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욕심을 내는 또 다른 이유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에 있다. 지난해 북미 OTT 시장에서 가입자 수를 놓고 봤을 때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지만(44%) 아마존 프라임(23%)과 훌루(13%)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자 수는 최근 1억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OTT의 점유율이 낮은 아시아 시장을 빠르게 확보한다면, 넷플릭스는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한국 방송사의 콘텐츠를 제공받는 걸 넘어, 한국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했다. 김은희 작가와 손잡은 좀비물 '킹덤'이 곧 선을 보인다. 배우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를 한 데 모은 이 드라마는 총 제작비가 최대 120억원에 이른다.

넷플릭스 진입에 한국 방송사들은 견제와 협업 사이에서 줄다리기 중이다. CJ E&M 계열의 방송 채널을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업체인 티빙은 tvN의 예능, 드라마와 같은 화제작을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일부 콘텐츠는 공급하지 않거나 공급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지상파는 아직 견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상파 이익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유통 질서를 교란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OTT 업체들도 넷플릭스의 공략에 대비 중이다. 지난 5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는 IPTV를 통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방적 흡수를 막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리고 있다. 옥수수는 현재까지 대략 1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국내 제작사들은 이 현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국제작사 A측은 티브이데일리에 "넷플릭스는 따라갈 만한 좋은 기류다"라면서도 "16부작이 대부분인 한국과 달리 넷플릭스는 6부작 정도로 짧다. 회차가 짧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도 고민이 된다. 지상파와의 견고한 사이를 틀고 넷플릭스만을 선택할 제작사는 아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격변을 겪고 있는 한국 미디어 시장에 뛰어든 넷플릭스. 국내 시장과 상생하며 윈-윈하는 관계가 될지, 위협적인 존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킹덤' 공식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