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모델 겸 배우 강희가 지나온 10년의 세월엔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오랜 시간 일을 하며 많은 감정의 파도를 겪어왔을 그가 단단해진 자신과 일에 대한 확신을 발판삼아 두 번째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09년부터 모델 일을 시작한 강희는 다양한 쇼와 화보, 광고, 뮤직비디오를 통해 얼굴을 알려왔다. 벌써 데뷔 10년차에 접어든 그는 드라마 '아는 와이프' '왕은 사랑한다', 한중합작 웹드라마 '두근두근 스파이크' 등을 통해 연기에도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일을 하며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였지만 처음부터 모델을 처음 꿈 꾼 건 아니었다. 패션에 대해서도 잘 몰라 제대로 옷도 한 번 안 사 입어봤다는 그는 "연기를 하려고 19살에 서울에 처음 올라왔는데, 주변에서 '키 크다' '모델 같다'는 말을 해줘서 관심이 갔다. 또 서울에 머무를 이유가 필요했다"고 모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무작정 상경한 강희의 데뷔 초는 생계형 모델에 가까웠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 뒤늦게 바람이 들었다"는 강희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지원도 받지 못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고민하다 군대도 일찍 다녀왔다.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그를 붙들었다.

반대가 심하던 부모님도 어느덧 강희를 응원하는 지원군이 됐다. 그는 "군대를 갔는데, 같이 생활하는 다른 군인들이 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며 취직, 인턴, 스펙 등을 걱정하고 있는 동기들 사이 뜬구름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넌지시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낸 강희에게 "진짜 안 해도 되냐"고 다시 한 번 꿈을 묻고, 붙잡아준 것도 부모님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했지만, 제대 후 복귀를 하기까지의 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모델이 19살에서 22살이 많은데 제대 후 제가 25살이었다. 사회에서 큰 나이차는 아니지만 모델 계에서는 갭이 느껴져 그 나이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다"는 그는 SNS에 일부러 사진이라도 한 장 더 올리고, 일이 없어도 꾸준히 업데이트 하며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다행히 좋은 회사를 만나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는 그다. 열심히 모델로서의 일을 해나가던 강희에겐 배우로서의 기회도 찾아왔다.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가는 그는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면서 어느 한 쪽의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연기는 이제 막 밑바닥을 다져가고 있는 단계"라고 표현한 강희의 말처럼, 초석을 다지고 있는 중인 만큼 그는 앞으로 연기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한다. 점점 비중 있는 배역을 맡고,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기 위해 그는 연기 수업도 꾸준히 받고, 영화도 꼬박꼬박 챙겨 보며 나름의 노력을 하는 중이다.

강희는 "연기를 배우는 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매주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위해 수업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많이 보며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채우려 한다. 세 편에서 다섯 편을 매일 보고 있다"며 "또 '두근두근 스파이크' 팀 형들과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형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이나 팁, 대본도 공유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편의 드라마와 웹드라마, 영화까지 꾸준히 작품을 거친 그는 배우 강희로서의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의 성장이 느껴지는 지 묻자 강희는 "모든 신인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작품 하고 있을 때는 정신적으로 건강한데 작품이 끝나버리면 공허함을 견디기 힘들더라. 작품이 없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데 캐스팅이 안 되면 걱정이 된다"는 뜻밖의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찍으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대사 치는 것에 있어 텍스트에 너무 얽매여 외워서하는 느낌이고, 준비한 것만 딱 보여주는 느낌이라 아쉬웠었다"며 "최근까지 영화, 드라마 촬영을 계속했다. 6월부터 지난주까지 매일매일 카메라 앞에 서다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 들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는 기쁨을 표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병행 해오던 일의 무게를 나누는 일이다. 이후엔 배우 강희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자 한다는 그는 멋있기만 한 배우가 아닌, 망가짐도 마다 않는 인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가 맡은 역할이 튄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극에 잘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눈을 빛내는 그에게서는 확신과 진심이 엿보였다. 모델계에 발을 들인지 10년, 많은 감정들을 견디며 단단해진 강희가 꿈꾸는 두 번째 도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