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남자친구’가 화려한 캐스팅, 감각적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뜻밖의 올드한 대사는 ‘남자친구’가 첫 회의 화제성을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지난 28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극본 유영아·연출 박신우)는 한 번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차수현(송혜교)과 자유롭고 맑은 영혼 김진혁(박보검)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되는 설레는 감성멜로 드라마다.

첫 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건 감각적 연출. 드라마 ‘질투의 화신’ ‘엔젤아이즈’ ‘야왕’ ‘유령’ 등으로 이미 연출력은 인정 받은 박신우 감독은 이번 ‘남자친구’를 통해서 또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티저 영상만으로도 섬세하고 감성적인 멜로를 기대케 했던 ‘남자친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세련되고 신선한 연출들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프닝에서는 차수현이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돕다 원치 않게 유명세를 치르고, 재벌가와의 결혼,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기며 그의 사연들이 순식간에 설명됐다. 오프닝에선 뒷모습을 통해 과거가 담겨 차수현의 감정을 알 수 없었지만, 말레콘 비치에서 다시 회상한 과거에선 차수현의 얼굴과 표정이 드러나며 당시의 그가 행복하지 못했음을 짐작케 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 속 시계를 이용해 추억을 상기시키는 연출, 흑백의 무성영화 같은 에필로그도 감탄을 더했다.

이국적 영상미 또한 압도적이었다. 더욱이 ‘남자친구’는 한국 드라마 중 최초로 쿠바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기에 이에 대한 기대도 컸다. 베일을 벗은 ‘남자친구’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들, 색색의 올드카 등 거리 곳곳에 남아있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더욱 마법 같이 만들었다. 또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빈티지한 공간와 이에 대비되는 화려한 색감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 ‘쿠바 여행 권장 영상’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배우 송혜교와 박보검의 조합이라는 점도 주목 받았다.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 이후 약 2년 만의 복귀임과 동시에 송중기와 결혼 후 첫 드라마였고, 박보검도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2년 만의 복귀였다. 오랜 만에 차기작 소식을 전한 두 배우는 캐스팅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극에서 송혜교는 정치인의 딸로 태어나 성안에 갇힌 채 늘 타인의 시선 속에서 짜여진 인생을 살아온 여자 차수현으로 분했다. 그는 이혼 후에도 전 시어머니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야 하는 차수현의 감정 없는 듯한 차가운 모습부터 능력 있는 호텔 사장의 모습, 김진혁 앞 밝은 모습까지 변화무쌍한 매력을 드러냈다.

박보검은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고 소중하게 살아온 남자 김진혁으로 분했다. 그는 정말 청포도처럼 상큼한 남자 김진혁 그 자체였다. 하지만 김진혁 특유의 ‘습니다’ 체는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고 튀는 느낌을 자아냈다.

이처럼 연출과 배우들이 ‘열일’을 함에도 중간 중간 나오는 현실성 없는 대사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청포도 같다” “말레콘 비치 석양은 이 음악과 같이 들어야 200% 감동입니다” 등의 대사는 감성적인 게 아닌 오그라든다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 뿐만 아니라 ‘나는 갑니다. 로마의 휴일 공주님’이라는 메모,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이 구구절절 자신의 여행 스토리를 읊는 것 또한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지나친 우연은 드라마 한 편에 통틀어 나와야할 클리셰를 한 회에 탈탈 쏟아 부은 느낌을 안기기도 했다. 차수현과 김진혁의 지속되는 우연한 만남은 기시감을, 김진혁이 차수현의 회사에 합격하는 등 과한 설정은 탄식을 안겼다.

2회 예고를 통해 ‘남자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전개를 펼쳐나갈 것을 예고했다. 이에 섬세한 연출과 눈이 즐거운 배우들의 ‘케미’가 높은 대사의 벽을 허물고 본격 멜로를 끝까지 잘 전달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숙제로 남았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