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싱어송라이터가 가진 매력은 직접 쓴 노래를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창만 하는 가수와 직접 곡을 써 부르는 가수를 굳이 구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자작곡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자존심과도 같다.

레터플로우(본명 안효성‧29) 역시 직접 쓴 곡을 직접 부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2014년 데뷔 때부터 ‘감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해왔다. 이런 그가 지난해 5월 낸 정규 2집의 타이틀곡 ‘충분해’ 때 부터 자존심을 살짝 내려놨다. 외부 작곡가의 도움을 받고 소통해 가며 앨범을 내고 있다.

그는 “원래는 고집이 셌다. 1집을 내고 미니앨범을 낼 때까지는 싱어송라이터가 곡을 받는 게 상상이 안 됐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만든 곡이 제작자를 만족 못 시키는 거다. 뮤지션으로 자격이 없나 싶어 2집 때 처음으로 도움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며 지난 작업기를 털어놨다.

2집 이후, 1년 6개월여의 시간을 들여 준비한 미니앨범 ‘나와의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았을 너에게’ 역시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내려놓은 후”에야 완성된 앨범이다.

그는 “오랜만에 나오다 보니 더 큰 것,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계속 이걸론 부족하다 싶었다. 그래서 하던 것을 멈춘 상태에서 다른 작곡가의 곡을 받아 작업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회사에서도 더 임팩트 있는 곡을 원했다. “앨범이 꾸준히 나오는 거면 상관이 없는데 힘들게 싱글을 던지다 규모 있는 앨범이 나오는 거니 노래부터 대중에 나라는 가수의 인식을 확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라고 했다.

결국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외부 작곡가와 접촉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2집 이후 다음 앨범은 혼자 힘으로 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도움을 받아 보라시더라. 그렇게 마음을 비웠다. 시키는 대로 하자 싶었다. 그런데 결국은 처음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그래도 내 노래가 더 나은 것 같다 시더라. 내 입장에선 다행이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작곡과 편곡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그렇게 돌아와 점점 완성이 되고, 모니터를 하면서 들어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 앨범 작업을 할 때 정신병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예민한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함께 작업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내 고집만 부릴 수 없어서 고집을 줄였다. 과정을 생각하며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성도 있게 나온 것 같더라. 기대 이상의 앨범이 나왔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이렇게 나온, 지난 8일 발매된 2집에는 타이틀곡 ‘안부’를 포함해 총 6곡이 담겼다. 그에 따르면 “의도치 않았지만”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앨범이 탄생했다. 앨범에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다양한 이별에서 오는 감정들을 트랙별로 담아냈다.

이별은 가을 끝자락에 잘 어울리는 소재이자,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의 대표곡들이 대부분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다른 주제를 쓰자고 생각하고 쓰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 게 공감할 수 있는 게 이별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이맘때, 가을과 겨울 하면 많은 분들이 괜히 감성적이게 되는 시기이지 않나.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게 되는 시기니까. 그런 이미지가 팬들에게도 잡힌 것 같다. 그래서 선선해지거나 공기가 차가워질 때 내가 생각난단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그게 좋다”고 했다.



가사도 가사지만 그의 가창 스타일 역시 이별에 최적화 돼 있다는 평이 많았다. 이는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것이었다. 그는 “보컬을 전공했는데 노래에 감정이 없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입시를 준비할 때 2시에 학원에 가서 10시까지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노래 연습을 그만 하고 영화를 보고 오라시더라. 직접 연애를 할 수 없으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고 오라는 거였다. 그래서 거짓말을 안 보태고 한 3~4개월은 일본 영화만 봤다. 숙제를 한 거다. 그 후부터 노래의 베이스에 슬픈 감정이 담기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다른 주제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주제에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겁게 생각하는 게 있나 보다. 곡이 무거워지더라. 회사에서도 아직은 대중이 원하는 곡들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고 한다. 나 역시 아직까지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찌 됐건, 이번 앨범은 가장 어울리는, 자신 있는 소재를 만족스럽게 풀어낸 의미 있는 앨범이 됐다. 그만큼 목표는 뚜렷했다. 그는 “오랜만에 나온 앨범이니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차트에 오르면 좋기는 하지만 같은 날 딘, 데이식스 등도 함께 나왔더라”며 웃어 보인 후 “한 분이라도 더 ‘이 사람 뭐지’하는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목표도 털어놨다. 그는 “올해는 목표했던 바를 이뤘다. 그래서 내년에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다. ‘이 사람 진짜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정규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오는 12월 공연을 끝낸 후 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도움 없이 혼자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계획은 그렇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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