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5년 만에 발매된 새 정규앨범에 대한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이야기는 두 가지 '변'으로 나눌 수 있다. 긴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한 변론의 변(辯)과 앨범에 뚜렷하게 드러난 변화의 변(變)이다.

결성된 지 10년을 넘긴 그룹과는 어울리진 않지만, 이번 새 앨범 '에일리언스(Aliens)'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정규 2집 앨범이다. 발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11곡으로 꽉 채워졌다. 타이틀곡도 '통배권'과 '사라지는 꿈' 두 곡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앨범 작업 대부분을 맡은 나잠 수는 "4년 동안 지지부진한 창작 상태였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오랫동안 새 앨범을 못 내다가 최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한 계기가 생겼다"며 "열심히 준비해서 1년 만에 앨범을 내게 됐다"고 5년 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잠 수는 4년 간 준비했던 소스를 모두 폐기하고, 최근 1년 사이에 대부분의 곡들을 작업했다.

4년 간 창작이 어려웠던 이유는 본인의 고집 때문이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적 정체성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던 나잠 수는 "디스코에 집착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완벽하게 교과서적인 디스코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컸다. 1집 때는 교과서적인 디스코, 펑크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조금 더 어렵더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스케줄이 점차 바빠지면서 두려움으로 커지기도 했다고. 나잠 수는 "완벽한 디스코에 대한 강박, 새로운 기획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탈피하면서부터 곡을 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멤버들은 꾸준히 나잠 수를 기다려줬다. 나잠 수의 슬럼프를 지켜본 입장에서 JJ핫산은 "너무 부담이 돼서 디스코 장르를 지속하는 게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졌으면, 그렇게 힘을 안 줘도 된다고 나잠 수에게 말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대로 행사를 하면서 살던지, 해체를 하던지 상관없으니 네가 좋고 행복한 걸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었다"고 말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새 앨범 작업은 수록곡 '수퍼 디스코(Super Disco)를 작업한 시기를 기점으로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수퍼 디스코'는 그간 나잠 수가 갇혀있었던 음악적인 룰을 깨게 해준 곡이다. 나잠 수는 "'수퍼 디스코'를 쓰면서 다음 단계의 디스코 사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이후에 곡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완벽한 디스코에 대한 집착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만의 이야기에 대한 집중으로 옮겨갔다. "하고 싶은 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그게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확신을 가진 나잠 수는 앨범을 오랫 동안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JJ핫산의 퇴사 후 생활 등 멤버들의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담아내는 것에 몰두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변화는 한 발짝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셈이다. 물론 술탄 오브 더 디스코만의 색깔도 여전하지만, 달라진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모습이 이번 앨범에 제대로 드러나있다. 덕분에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는 두 타이틀곡을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먼저 타이틀곡 '통배권'에는 대중이 떠올리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색깔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이에 대해 나잠 수는 "완전히 변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기대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며 "굉장히 이미지적인 노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사라지는 꿈'은 그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이전의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곡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노랫말들이 돋보인다. 이 곡의 무대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시그니처인 안무도 없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앞으로도 장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해당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안무 담당인 JJ핫산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중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멤버가 됐다. 그는 키보디스트로 전업을 선언했다. "전문 키보디스트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 JJ핫산은 "건반을 계속 쳐볼 생각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방향성이 다시 본류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나잠 수는 "건반을 치기 시작하니까 저희의 음악성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아 좋다. 예전 곡 중에도 건반 칠 노래가 많다"며 그의 변신을 반가워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었다. 독특한 콘셉트로 강렬한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던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콘셉트를 스스로 벗었다. 색깔이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려울 법도 한데,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변화를 멈출 생각이 없다.

"긴 시간 활동했기 때문에 콘셉트가 사라진다고 해도 미련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이름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소몰이 창법'으로 발라드를 부른다고 해도,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이름이 있다면 저희의 색깔은 여전할 것 같아요." (나잠 수)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