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켠 김에 끝까지 보고 싶은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낯선 AR(증강현실)게임을 소재로 했음에도 촘촘한 필력, 이를 튀지 않게 구현해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삼박자를 고루 갖춘 1회로 첫방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tvN 새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연출 안길호)가 지난 1일 첫 방송됐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방문하고,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게 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리는 서스펜스 로맨스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 유진우는 정세주(찬열)로부터 의문의 전화를 받았다. 라이벌 차형석(박훈)이 탐내고 있는 AR게임을 자신에게 팔고 싶다는 것. 메일로 게임의 가치를 확인한 유진우는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 그라나다로 향했고, 보니따 호스텔에 묵게 됐다.

이후 그는 스마트 렌즈를 끼고 정세주가 만든 AR게임에 접속해 퀘스트를 깨 나갔다. 실제 한 레스토랑에서 무기를 획득했고, 그라나다 거리에서 전사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밤을 샐 정도로 셀 수 없는 시도 끝에 전사를 죽이고 레벨2가 된 유진우는 호스텔로 돌아가 개발자를 만나기 위해 정보원과 통화를 했다. 지난 밤 호스텔의 열악한 시설에 이골이 났던 유진우는 화재경보기까지 말썽을 부리며 급한 통화를 방해하자 정희주에게 독설했다. 하지만 이내 게임개발자가 미성년자인 정세주고, 누나 정희주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것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띈 건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작품 속 세계관, 위화감 없는 CG처리, 연출이었다.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W’ 등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와 ‘비밀의 숲’ 안길호 감독의 만남은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송재정 작가의 특별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은 안길호 감독의 감각적 연출과 만나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냈다.

특히 AR게임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는 점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게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거니와 어설픈 CG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기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 하지만 유진우가 접속한 세상에는 실제 현실과 가상의 캐릭터가 사실감 있게 나타났다. 유진우가 레벨 업에 열중하게 만든 게임은 실제 시청자들에게도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로 화면에 구현됐다.

유진우가 게임에 접속해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지루하기 보단 흥미를 유발했다. 1인칭 시점으로 전환되는 중독성 강한 AR게임에서는 신선함과 놀라움을 안겼고, 렌즈를 끼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유진우가 허공을 가르고 있는 모습이 대비되면서는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갑자기 사라진 정세주, 유진우와 정희주의 꼬여버린 만남 등으로 미스터리와 로맨스까지 잡으며 지루할 틈 없는 전개까지 완성했다.


또한 배우 현빈, 박신혜의 안방극장 복귀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현빈은 첫 회의 8할을 채우며 극을 이끌었다. 현빈은 또렷한 발음과 시시각각 상황에 맞게 변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호스텔의 열악한 환경에 질색하고, 변기를 뚫는 등의 장면에서는 폭소를 유발했고, 게임 속에서는 액션까지 소화했다. 또 밤을 새워가며 열중해 목표한 것을 이루고야 마는 모습으로는 모험심 많은 저돌적인 캐릭터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박신혜는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괴짜 동생들을 둔 집안의 가장이었으며, 할머니에게 살가운 손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싸구려 호스텔에 독설을 뱉는 유진우의 모습에 울먹이는 여린 모습을 보이기도. 이에 앞으로 보여줄 박신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우려를 지우고 감탄을 남겼다. 이처럼 성공적 포문을 연 작품이 AR을 바탕으로 한 서스펜스, 마법 같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어떻게 본격적으로 풀어낼지 기대가 모인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