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음주운전부터 성폭력까지 2018년 연예계는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로 떠들썩했다.

티브이데일리는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현직 변호인들과 함께 올 한해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법조인들은 올해 발생한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또 해당 사건에 어떤 법이 적용된 것인지 물었다.

'음주운전' 혐의 이창명, 드라마틱한 무죄 확정

방송인 이창명은 지난 3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2016년 4월,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2년 만이다.

당시 이창명은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충돌 사고를 낸 뒤 자신이 몰던 차량을 버려 둔 채 도주했다. 이후 이창명은 사고 발생 20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한 점, CCTV 영상, 사고 당일 그가 방문했던 식당의 직원 진술,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정황 등을 토대로 운전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창명은 혐의를 거듭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해석은 달랐다.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위드마크(혈중 알콜 농도 수치를 계산하는 방식) 공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사고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검찰의 항소는 기각됐다.

예상을 뒤엎은 무죄 선고,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신은숙 변호사는 "위드마크를 적용해 음주 운전 여부를 판단한 사례가 지금까지 없다"라며 "여러 가지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정황에 그칠 뿐 음주를 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없기 때문에 무죄로 판명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블랙넛 "의도 無"vs키디비 "성적 모욕"


아티스트의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느 선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일까. 법적 다툼 중인 블랙넛과 키디비의 갈등이 던져 준 물음이다.

래퍼 블랙넛은 지난 3월 키디비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블랙넛은 키디비를 겨냥한 성적인 발언과 가사, 무대 퍼포먼스 등을 이유로 키디비로부터 총 두 번의 고소를 당했다. 재판부는 두 개의 건을 병합해 공판을 진행해왔다.

블랙넛은 키디비를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정신과 치료 뿐 아니라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는 키디비의 주장에 대해 자신 역시 가수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키디비를 모욕할 의사가 없었지만 대중과 키디비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블랙넛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블랙넛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키디비의 변론을 맡고 있는 김지윤 변호사는 "문제가 된 음원과 영상에서 블랙넛이 키디비에게 성적인 모욕감을 안겨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아티스트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타인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창작물이 과연 예술적으로 보호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만한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미투'에서 '빚투'까지, 연예계 불붙은 폭로 열풍


올해 연예계는 '미투(Me Too)' 운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던 당시 여성 단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4월 기소됐다. 이후 그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을 통해 기소된 사건 중 최초의 실형 선고다.

이윤택은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부 결과에 불복했다. 당초 7년을 구형했던 검찰 역시 죄질에 비해 형량이 부족하다며 항소했다. 또한 검찰은 추후 진행될 공판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추가 증인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이윤택의 추가 양형 여부가 이번 공판의 핵심인 것이다.

이후로도 김기덕 감독부터 배우 조재현, 오달수, 故조민기 등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다. 논란이 제기된 후 사실무근을 주장하던 이들은 연이은 추가 폭로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특히 조민기는 경찰 소환조사를 사흘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을 법조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과 관련한 처벌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사실을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끔 막기 위해 법적으로 시스템이 강화되고 더 잘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 운동이 일시적인 움직임에 머물지 않고 심층 수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조인도 있었다.

한 변호인은 "연예계에 만연해 있던 성범죄 피해에 대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였다는 자체부터가 의미가 큰 일"이라고 미투 운동을 평가했다. 이 변호인은 "물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는 무분별한 폭로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지만 '미투'에서 나아가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조명, 단역배우 자매들의 자살사건 재수사들이 이뤄질 수 있는 의미있는 계기가 됐다"고 해석했다.



연말 연예계를 달군 또 다른 사건은 이른바 '빚투(빚 Too)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지난 1997년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당시 지인들에게 20억 원대의 돈을 빌린 뒤 야반도주한 의혹을 받았다. 마이크로닷은 해당 사실을 부인했지만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공개되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래퍼 도끼, 가수 비, 방송인 이영자, 그룹 마마무 휘인, 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배우 차예련, 조여정 등도 폭로의 대상이 됐다. 이들 중 일부는 폭로가 불거진 이후 즉각 상황을 확인하고 빠르게 논란을 대처했다. 그 과정에서 그간 밝히지 않았던 가슴 아픈 가정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빚투 운동은 기존 사건들과 다른 특성이 있다. 폭로의 대상이 된 연예인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임의 선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수 밖에 없다.

선종문 변호사는 피해자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부모의 잘못을 자녀의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선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실제 돈을 빌려주고도 받기가 너무 어렵다. 그러니 피해자들은 돈을 받기 위해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오랜 채무 관계를 공론의 장으로 옮기려는 것"이라며 "연예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인이다. 그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압박을 가하고 이슈화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자칫 명예훼손으로 법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돈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만 변호사는 언론을 통한 체무 요구는 불법이라고 강도 높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적법절차가 아닌 불법적 채권추심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 이어지는 연예계 '빚투' 폭로는 사실상 불법"이라며 "연이은 '빚투' 움직임이 일종의 학습효과처럼 돼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인들뿐 아니라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빚투'가 일어날 수 있는데, 분명히 알아둬야 하는 사실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폭로하고 돈을 받기 위해 협박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SNS 문화 발달→사회적 파장 확대, 대중의 경각심 필요"

연예인들의 범법 행위는 왜 사회적 파장이 큰 것일까. 김지윤 변호사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채널이 발달하면서 연예인들과 대중이 소통하는 문화가 확대됨에 따라 법 관련 이슈가 예전에 비해 자연스럽게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연예인이란 이유만으로 대중의 지나친 관심을 받게 되는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 이슈에 휘말리면 연예인들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해지거나 금전적,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만큼 연예인들을 둘러싼 법 이슈들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연예계 법 이슈가 지닌 파장력에 대해 시사했다.

자문 변호사: 법무법인 다지원 김지윤 변호사, 법률사무소 공감 박진호 변호사, 박수연·최민종 법률사무소 최민종 변호사, 법무법인 모악 김현민 변호사, 신은숙변호사 법률사무소 신은숙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변호사, 썬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선종문 변호사, 법무법인 리 이인철 변호사 등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송선미, 안성후, 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