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신체가 예술적인 움직임으로 승화된다. 언어, 나이, 성별, 국적 불문 모든 차별의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최후의 서커스에서 피어난 최고의 곡예 '태양의 서커스: 쿠자(Cirque De Solei: Kooza)'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 태양의 서커스 팀은 지난달부터 '쿠자'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84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시작된 태양의 서커스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을 돌며 1억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쿠자'는 2007년 초연돼 1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레퍼토리다.

공연은 상자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코자(koza)에서 유래한 제목답게 순진한 주인공 이노센트가 의문의 장난감 상자를 열며 시작된다. 상자에서 튀어나온 트릭스터는 이노센트를 서커스 예술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어 2시간 30분(인터미션 30분 포함) 동안 쉴 틈 없는 곡예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티스트들은 매 쇼마다 최선을 다해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컨토션(Contortion) 쇼에서는 세 명의 배우들이 사지를 휘고 구부리며 마치 한 몸이 된 듯 일체감을 보여주고, 스트랩(Strap) 쇼에서는 아티스트가 줄 하나에 매달려 객석 위를 날아다닌다. 1부 피날레 하이 와이어(High Wire)에서는 아티스트가 7m 상공에 걸린 외줄 위에서 외발 자전거를 타며 관객을 경악케 만든다. 심지어 그 어깨 위에 또 다른 아티스트가 올라타고, 외줄 위에서 결투까지 벌이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2부 중반부에 등장하는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가 '쿠자'의 백미다. 무한대(∞) 기호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휠이 쉬지 않고 돌아가며, 양쪽 휠에 맨 몸의 아티스트 두 명이 올라타 죽음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아티스트들은 휠 안에서 공중제비를 돌다가, 휠 바깥에서 발을 구르며 무대를 에워싼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멈추지 않는 휠의 원심력에 의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관객에게 허락된 것은 놀라고 경악하며 마침내 안전하게 착지한 아티스트들을 향해 손뼉 치는 것뿐이다.

이밖에도 단체로 공중제비를 도는 티터 보드(Teeterboard), 5m 이상 의자를 쌓아 올린 뒤 균형을 잡는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커플의 로맨스를 외발 자전거와 후프로 풀어낸 곡예 등이 시종일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쿠자'가 경이로운 점은 모든 쇼들이 오직 아티스트들의 맨몸으로 이뤄진 곡예라는 점이다. 이름처럼 몸을 휘고 뒤트는 컨토션 동작부터 상공 위를 누비는 다채로운 쇼들까지, 아티스트들은 모든 쇼에서 최소한의 도구와 안전장치로 곡예를 펼친다.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진풍경이 한 번의 쇼를 위해 무수한 시간을 훈련하고 노력했을 아티스트들에 대한 경외심마저 남긴다.

이러한 노력은 '쿠자'는 물론 태양의 서커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짐작케 한다. 지구 상에서 서커스라는 쇼 미디어가 사향 산업이 된 지 오래, 대중은 동물을 채찍질하고 왜소증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자극하는 등 태초의 서커스를 지양해왔다. 그러나 태양의 서커스는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신체를 고도로 훈련시킨 아티스트 누구에게나 무대를 허락해왔다. 어떤 차별의 문도 사양하는 관대한 이 무대에서 관객은 아이처럼 감탄하고 손뼉 치며 동심을 회복한다. 마치 트릭스터를 따라 서커스의 세계에 빠져든 이노센트처럼.

'쿠자'는 내년 1월 6일까지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