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배우 이용녀가 유기견들을 돌보며 갖게 된 책임감에 대해 털어놨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곡성’, 드라마 ‘나쁜 녀석들’ ‘터널’ ‘보이스’ ‘손 더 게스트’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용녀는 15년 간 약 1500마리의 유기견을 입양 보낸 ‘유기견의 대모’로도 유명하다.

현재도 그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며 100여 마리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연기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었다는 이용녀는 유기견들을 보듬고, 치료해주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20대 후반까지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같은 곳에서 큰 역할들을 했었다. 그러다 서른이 넘으면서 역할이 달라졌다. 잘난 척하고 살다가 역할이 달라지면서 우울증이 오고 ‘관객으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1년 반을 쉬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이용녀는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날 도와준 많은 선생님들이 계셨던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예뻐 보이도록 만들어 준 거였다”라며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내가 사랑을 누구보다도 많이 받은 만큼, 고생 한 번 안 하고 편하게 오랜 세월 살았던 것을 이제는 줘야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내가 받은 만큼, 뭐든 나누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라고 유기견 임시 보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그때부터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나 TV 작품도 하게 됐다. 인생이 바뀌었다. 역할에 대한 욕심 같은 게 없어졌다. 그저 좋은 작품에 함께 속해있고, 그 안에서 내가 작은 점이라도 찍어 채워가는 즐거움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채찍질만 하느라 쉴 시간이 없었던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어느 순간 나를 놔주고 싶었다”는 이용녀는 유독 자신이 잘 따르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여러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무 힘들었다. 연기고 뭐고 너무 힘들어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천오백 원짜리 방에서 자고, 거리 음식 먹고. 내 스스로에게 편해지자는 생각을 했다. 영어를 못하니 길어지는 이동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때 연기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잘해야 하고 이런 것 보단 인간 이용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고민했다”며 “이젠 연기 안에 나를 넣는 게 아니라, 인간 이용녀가 잠시 촬영장에 가서 연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JTBC 예능프로그램 ‘힙합의 민족’ 출연 당시 자신이 작사한 랩 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용녀는 “그때 쓴 가사 중 세상의 소용돌이 안에서 한 발 빠져나와서 보니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나. 나와 보니 이렇게 좋은걸. 내가 뭘 찾아 회오리에 휘말렸나. 이런 가사도 있었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일, 연기만을 생각했던 이전과 달리,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그는 강아지들을 만났다. 이용녀는 “(개들을) 보내고 데려오고, 또 보내고 데려 오고. 그걸 10년을 넘게 했다”며 “그 이후로 어디 등산 한 번, 우아하게 커피 한 잔을 못 사 먹었다. 옷도 사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옛날엔 화장 안 하면 바깥에 못 나가고 그랬다. 패션, 뷰티에도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젠 주워 입고 얻어 입으면서 내 스타일이라는 것도 없어졌다. 화장품도 다른 사람들 바꿀 때 되면 쓰던 것 얻어오고 그런다”며 “고마운 게 피부가 거부를 안 하더라. 기한 지난 걸 써도 괜찮더라. 그러니 멋에 대한 것들과는 자연히 멀어졌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끝으로 이용녀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커지더라”며 “내가 데리고 왔으니 얘들은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