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힙합, 댄스, 록, 발라드도 좋지만 슬플 땐 왓(What)? 트로트!”(에픽하이, ‘트로트’ 중)

운동 경기나 단합대회에서 울리는 가장 흔한 응원가는 트로트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언제 어디서나 사랑 받는다. 이른바 ‘떼창’이 가장 쉬운 장르로도 통한다.

그러나, 트로트 가수 보기는 쉽지 않다. 방송사들의 메인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점령한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률 확보나 해외 수출이 용이한 아이돌 위주로 꾸려진다. 트로트 가수들은 KBS1에서 방송되는 ‘가요무대’나 ‘전국 노래자랑’ ‘열린음악회’ 정도가 전국구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자연스레 노래는 알아도 가수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스타 탄생도 어려워졌다. 어쩌다 노래가 흥행해도 반짝하고 사라지기 일쑤고, 전국구로 활동할 수 있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고서는 지역 스타 정도로 활동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트로트 가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주로 무대에서 노래로 팬들과 소통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연말을 맞아, 2019년이 기대되는 트로트 가수, 진해성(29‧본명 이상성)의 하루를 밟았다. 말 그대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는 하루였다.



진해성은 지난 2012년 데뷔했다. 지난해 8월 낸 ‘사랑 반 눈물 반’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활동 1년여 만에 ‘사랑 반 눈물 반’ 가요제가 열리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날, 그는 기상하자마자 연습실을 찾았다. 한창 지방 스케줄을 다닐 때이지만 디너쇼 연습을 위해 지방 스케줄을 최소화 해 둔 상태였다. 대신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방송도 있지만, 요즘에는 연말 송년회 모임이 많아 그런 무대에 초대돼 간다. 그 일정 외에는 디너쇼 연습에 매진 중이다. 원래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구상하고, 연습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노래 연습도 더 많이 한다. 디너쇼 무대는 웬만한 무대와는 다르지 않나. 가수가 평생 할까 말까 하는 무대라 긴장도 많이 하고, 신경도 더 쓰고 있다.”

디너쇼는 중견 가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아직 20대인 진해성에게는 이르단 느낌도 있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신 회사 대표님과 팬들, 트로트 매니아 분들이 있어 용기를 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해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력에 대한 보상처럼, 950석이라는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이 됐다. 실제로 객석도 빼곡히 찼다. 그는 “왜 갑자기 내게 이런 일이 생길까를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열심히 달려온 것 같다. 7~8년 해오면서 부지런히 다니다 보니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첫 단추를 잘 꿰서 콘서트와 공연 등으로 더 많이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빠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해왔다. 그런 과정 없이 큰 무대에 오르고, 성공했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올라 왔는지 말을 못할 것 같다. 단단하게, 기초부터, 뿌리를 튼튼히 다져왔기 때문 부끄럽지 않다.”



디너쇼는 트로트 매니아들을 위한 이벤트다. 티켓을 소비하는 주요 연령층이 중장년으로 포진돼 있다. 젊은 층의 구매는 주로 ‘효도 선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950장을 매진시켰지만, 아직 진해성이라는 트로트 가수가 대중에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데뷔 7년차 가수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표현을 찾았다. “데뷔는 2012년도다. 그런데 중앙에서 활동한 것은 2016년부터다.” 데뷔와 ‘중앙’ 활동을 구분 짓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면 중앙에서 한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게 되게 어렵다. 트로트 가수들은 보통 지방에서 활동을 많이 한다. 경남, 부산, 호남 이렇게 가수들이 나뉜다. 나는 부산, 경남, 울산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 전국 활동을 하게 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또 “중앙에서 활동하면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등 여러 곳을 가야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도 많이 들고, 기름 값 등 경비도 만만치가 않다. 지방보다는 무조건 힘이 든다. 그래도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다 보니 이름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장단점이 분명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중앙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방송 타기는 쉽지가 않다. 앞서 적었듯 트로트 가수를 위한 무대 자체가 많지 않다. 특히나 예능 출연은 하늘의 별따기다. 진해성은 비교적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가요무대’ ‘전국 노래자랑’ 등 음악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TV tvN ‘인생술집’에 고정 출연 중이다. tvN ‘수요미식회’나 KBS2 ‘안녕하세요’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이 날도 ‘가요무대’ 녹화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 여의도 KBS 별관으로 이동한 그는 리허설 무대에 오르고, 분장을 하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출연 가수들 중 막내급이라 대기실은 비슷한 연차의 남자 가수들과 함께 썼다. 분장은 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닌 KBS 분장팀에서 맡았다.



트로트 가수들의 ‘가요무대’ 스케줄은 아이돌의 KBS2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등의 스케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길을 쫓아다니는 팬 부대는 없었지만, 아이돌들이 음악 방송에 하루를 투자하듯, 트로트 가수들 역시 방송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쏟아 부었다.

지칠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래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트로트 가수는 방송이 많이 없다. 가수 활동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다 방송을 꿈꾸고, 큰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래서인지 모든 기회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주변에 지방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내게 항상 응원한다는 연락을 주신다. 내 몫까지 잘해달라는 말도 하신다. 그 분들 덕분에 내가 용기를 내서 더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동료들과 멋진 무대에서 만나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동료 이야기는 롤모델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가 트로트 가수를 꿈꾸게 한 롤모델은 배호, 남진, 나훈아, 송대관, 태진아 등 말 그대로 트로트 스타들이었다.

그는 “(롤모델을) 고루 찾는다. 선배들의 노래를 듣고 제스처도 꼼꼼히 본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독학으로 공부를 한다. 선배들이 가진 장점들을 내 쪽으로 빨아들여서 진해성화 시키는 게 빈 시간 하는 일이다. 선배들을 보면서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렇게 말하는 그 역시 누군가의 롤모델일 수 있었다. “나를 롤모델로 삼으신 분들이 과연 있을까?”라며 겸손을 보인 그는 “그런 분들이 있으시면 고마울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진 그 정도의 가수가 아니기 때문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진해성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불안감도 있겠지만 기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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