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연휘선, 최하나 기자] 한국 사회 전반을 강타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부터 연예인 부모들의 채무 불이행을 폭로한 '빚투(나도 떼였다)'까지. 2018년에도 연예계는 사건 사고로 들끓었다.

티브이데일리는 방송 최전선에 있는 지상파 PD들에게 올해 가장 논란이 된 스타'는 누구인지, 또 이들의 방송 복귀가 가능할 것인지 물었다. 지상파 3사 예능·교양 PD 15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형평성을 위해 KBS, SBS, MBC 3사 PD 5명씩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재원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 부동의 1위, '빚투' 논란 시발점 마이크로닷

래퍼 마이크로닷은 2018년 하반기 연예계를 휩쓴 '빚투' 논란의 시초였다. IMF 후폭풍이 극심하던 20년 전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각각 당시 2억 원의 빚을 지고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당시 충북 제천에서 낙농업에 종사했던 마이크로닷의 아버지는 주위 농가들에 대금을 갚지 않은 데다 급하게 거액을 빌렸고, 계주였던 마이크로닷의 어머니는 곗돈을 챙겨 도주했다. 이로 인해 제천의 낙농가가 줄줄이 도산했다는 기사까지 났을 정도였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불과 5세였으나 의혹 이후 대처가 미흡해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최초 입장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외면했다가 연이어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되자 "아들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사과를 표명했다. 그마저도 현재까지 잠적설에 휩싸인 데다 부모에게 인터폴 수배령까지 내려져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도 사고 있다.

지상파 PD들은 마이크로닷에 대해 "올해 하반기 '빚투' 논란의 시초였다"고 입을 모았다. SBS PD A 씨는 "'빚투' 논란 이전에 유독 건실한 청년 이미지가 강했다. 외국에서 이민 생활을 했지만 한국에서도 열심히 살았고, 자기 일에 충실한 데다 배우 홍수현 씨와의 열애설로 '사랑꾼' 이미지가 보여줬다. 그런 와중에 대중에게 좋지 않은 사건으로 오르내리다 보니 배신감이 더 큰 충격을 낳은 것 같다. 사건이 잘 마무리 되더라도 당장은 복귀가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KBS PD B 씨 또한 "음악이야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예능 같은 방송으로 복귀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빚투' 논란이 이렇게 크게 될지 몰랐다. 사건의 본질보다 마이크로닷의 거짓말과 변명이 더 큰 분노를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MBC PD C 씨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논란의 첫 케이스였고 주목을 너무 받아서 앞으로도 범죄자 이미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빚투'의 상징처럼 굳어졌다"고도 했다.


◆ 1위 못지 않은 2위, '미투' 연속 폭로 조재현

마이크로닷이 '빚투'의 상징이었다면, 배우 조재현은 연예계 '미투'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물론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그는 2018년에만 5건의 과거 성추행 폭로에 휩싸였다. 그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여배우의 '미투' 폭로는 조재현 측이 공갈 혐의로 고소했으나 재일교포 여배우의 입국 지연으로 기소중지된 상태다. 반면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은 형사적 소멸시효가 만료돼 피해자 측이 조재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당초 조재현은 2월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하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며 과오를 인정하고 자숙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재일교포 여배우의 폭로 이후 "누구도 성폭행한 적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재현에 대한 PD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KBS PD D 씨는 조재현, 오달수, 이경영 등 '미투' 운동을 비롯해 과거 성추문에 휩싸였던 배우들을 일제히 지목한 뒤 "조재현 씨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경영 씨 같이 배우로서 어느 정도 복귀하는 분들이 있기는 한데, 조재현 씨는 '아빠를 부탁해' 같은 예능도 했기 때문에 대중이 더욱 분노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SBS PD F 씨는 "워낙 사건 사고가 많았던 터라 한 명을 꼽을 수 없다"면서도 "'성 문제'에 연루된 스타들은 복귀가 힘들 것 같다. 한국 대중이 더욱 성 문제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고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소수의견: 끊임없이 거론되는 문제적 스타들, 고영욱과 신정환

이 밖에도 지상파 PD들은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과 신정환 등을 가리켜 복귀하기 어려운 스타로 꼽았다. 2018년 전자발찌를 푼 고영욱과 케이블TV 예능으로 복귀를 시도한 신정환에 대해 암담한 반응이 뒤따랐다.

MBC PD G 씨는 "예능인들은 안다 신정환이 천재라는 걸. 하지만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수많은 '미투', '빚투' 사건과 달리 신정환의 방송 복귀에 법적인 제약은 없다. 도박 논란이 있었던 다른 연예인들의 복귀처럼 2년 전부터 신정환의 복귀도 조심스레 점쳐졌다. 자숙 기간도 상당히 길었고, 제작진은 그의 천재적인 예능감이 그리웠다. 하지만 대중은 냉담함을 넘어 분노했다. 그의 출연 만으로도 '악마의 재능기부', '아는 형님' 등이 위기를 겪었다. 결국 '복귀 불가'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예능 천재가 사라졌다. 진정성이 늘 중요하다는 걸 되새겼다"고 했다.

SBS PD H 씨는 "고영욱 씨는 연예계 논란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복귀가 어려운 게 아니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아무리 풀었다고 해도 전자 발찌를 착용했던 사람이 방송가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이나 '빚투' 논란이다 사건에 연루된 스타들이 한 둘이 아닐진대, 유독 조재현과 마이크로닷 등의 복귀가 힘들다고 점쳐지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모두 각 논란의 상징처럼 굳어져버린 것. 여기에 소수 의견으로 제기된 고영욱과 신정환까지. 지상파 PD들이 꼽은 논란의 스타들은 하나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중에게 불신을 남긴 인물들이었다. 신뢰를 얻기는 힘들지만 잃는 건 한 순간인 법. 대중의 마음에서 너무 멀어진 스타들에겐 배웅도 사치인 모양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연휘선, 최하나 기자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그래픽=황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