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가끔 기대를 저버리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그대 이름은 장미’가 딱 그런 영화다. ‘눈물나게 빵 터지는’ 그런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그냥 눈물을 빵 터트려 버린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평범한 엄마인 줄 알았던 홍장미의 과거를 쫓아가는 영화다. 고적한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집에 한 여자가 홀로 페인트 칠을 하고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홍장미가 왜 그곳에 있는지 궁금증을 안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크게 1970년대 홍장미와 1990년대 홍장미의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현재의 홍장미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를 통해서 꿈 많은 20대에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70년대 홍장미는 미싱,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내지만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사는 당찬 인물이다. 그 와중에 설레는 사랑에 행복해 하기도 하고 사랑에 아파하기도 한다.

‘그대 이름은 장미’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조는 영화 ‘써니’와 닮아 있다.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풋풋한 사랑 이야기 등이 유사하다. 더구나 ‘써니’에서 나미 역을 맡은 유호정이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장미 역을 맡아 기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써니’와 ‘그대 이름은 장미’의 가장 큰 차이점은 1990년대에서 드러난다.

1970년대 홍장미가 찬란한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이라면 1990년대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꿈 많고 찬란했던 홍장미가 아닌 누군가의 엄마일 뿐이다. 자식을 위해서 녹즙 기계를 팔고, 첫사랑을 만나도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얼굴에 철면피를 깐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못난 엄마라는 사실에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그대 이름은 장미’는 오롯이 이름으로만 불렸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홍장미가 아닌 내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렀던 엄마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서 누구라도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대 이름은 장미’는 코미디 영화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관객을 잔뜩 울려 버리는 그런 영화다. 특히 모녀가 함께 영화를 본다면 극장을 나설 때 모녀가 손을 꼭 잡고 나오게 만들 만큼 모녀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잔뜩 담아냈다.

‘써니’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유호정은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모습부터 커리어우먼으로 활약을 펼치는 모습까지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연기했다.여기에 현아 역의 채수빈이 유호정과 함께 모녀 케미를 완벽하게 펼쳐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젊은 시절과 중년을 오고 가는 이야기 가운데 이원근과 박성웅, 오정세와 최우식의 호흡도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이전까지 센 연기를 주로 해왔던 박성웅의 연약한 모습이 의외의 신선함을 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16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