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가수 빈첸(VINXEN)이 달라졌다. '고등래퍼2' 속 짙게 밴 우울한 분위기와 날선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계하기보다 여유가 보였고, 밝지 않더라도 어둡지만은 않았다.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미소 지을 줄도 아는 20살 청년의 모습이었다.

빈첸은 지난해 방송된 엠넷 '고등래퍼2'에 참가자 이병재로 얼굴을 알렸다. 그는 특유의 어두운 감성을 담아낸 무대와 탁월한 랩 실력으로 김하온, 이로한에 이어 최종 3위를 차지했다. '고등래퍼2'를 통해 화제의 중심에 선 빈첸은 프로그램 종영 후 개인 및 콜라보 앨범 작업부터 각종 무대 공연, 방송 출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는 '고등래퍼2' 종영 이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정말 많이 바빴다. 꾸준히 앨범 작업도 하고 행사도 많이 하면서 지냈다.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빈첸은 지난해 5월 첫 번째 EP 앨범 '제련해도'로 가요계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앨범에는 기존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공개했던 작업물부터 '고등래퍼2'를 통해 선보였던 곡들을 한층 완성도 높게 다듬어 담아냈다. '고등래퍼2'로 많은 주목을 받은 만큼 빈첸이 갖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컸다. 그는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음악적으로 만족이 잘 되지 않아서 떳떳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지난달 내놓은 두 번째 EP 앨범 '보이콜드 2(BOYCOLD 2)'는 반 년 가까이 작업한 만큼, 만족도 높은 결과물로 탄생했다. 빈첸은 "6월에 처음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 그 사이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도 있었고, 생각도 계속 바뀌면서 앨범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앨범 작업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천천히 했다. 주위에서도 저를 믿고 기다려줬다. 덕분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특별히 빈첸은 이번 앨범을 통해 단순히 '고등래퍼2'로 주목받은 스타가 아닌 음악적 실력을 갖춘 래퍼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저를 좋아하지 않거나 제게 관심 없는 분들, 또 음악 평론가분들에게 인정 받고 싶었다"며 "음원 차트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니아틱한 감성의 리스너들로부터 인정 받고, 좋은 평을 얻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욕 먹기 싫어서 댓글이나 리뷰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반응을 살펴봤다. 많은 분들이 괜찮게 들어주신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비판도 따랐다. 그는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음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고 보며 "예전에는 제 음악을 듣지도 않고 별로라고 하든가 이유없이 싫다고 한 분들이 많았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답답하고 열도 받았다. 과연 이번 앨범을 듣고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제가 수용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비판이 섞여 있어서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며 옅은 미소를 보이고는 "이제는 무조건적인 비판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그런 사람들인가 보다'는 생각으로 반응을 보기도 한다. 사람들마다 생각도 다르고,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빈첸은 성인이 된 만큼 자신의 행동이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엿보였다. "10대 때보다 자유로워져서 좋다. 20대로 살만한 것 같다"며 미소 짓던 그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빈첸은 "주위 환경이나 물질적인 부분이나 저와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까지 모두 변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 역시 변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변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제가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감정적으로도 보다 밝아지고 있다는 빈첸이였다. 그는 "예전에는 우울한 기분이 들고 고민이 생기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그것들마저도 무표정으로 지켜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빈첸은 음악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드러내고 싶다고 밝히며 "뻔하지 않은 앨범, 그래서 더 좋은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로맨틱팩토리, 앨범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