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의 크레디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14일 ‘한국영화 크레디트 전수조사 결과 분석 및 한국영화 크레디트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3년간 한국영화 개봉작 22편, 미국 22편, 멕시코 5편, 프랑스 5편, 일본영화 5편 개봉작의 크레디트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 크레디트에만 존재하는 서열이 있다. 한국 영화 크레디트를 살펴보면 영화 투자배급사의 대표와 투자자의 이름이 프로듀서 앞에 나온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투자배급사 직원들의 크레디트 남용은 자본이 창작에 대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관행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영화 크레디트의 원론적 의미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공동의 오류”라고 지적을 했다.

또한 한국영화 크레디트 표기 중 일부는 일본의 크레디트와 유사한 점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전의 한국영화계가 일본식 도제 시스템을 차용해 운용한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결과”라고 했다.

반면, 미국영화의 크레디트 경우 철저히 창작자 중심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대체로 감독, 작가, 프로듀서,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주연 배우, 조연 배우, 촬영 감독, 프로덕션디자이너, 편집자 등의 순으로 등재된다. 스태프 참여는 영화 기여도의 차이에 따라 변주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있어 왔다. 류승완 감독은 2017년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서 오프닝 크레디트에서 투자사 및 투자자의 이름을 빼고 엔딩 크레디트로 돌렸다. 이는 창작자보다 투자자를 중시하는 영화계의 관행을 고쳐보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 역시 류승완 감독의 시도를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크레디트 표기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투자배급사가 직접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지금의 크레디트 표기 방법을 일개 제작사, 영진위, 각 직능단체들, 노동조합 등 어디서도 변화를 일으킬 힘이나 방법이 없다.

지난 해 12월말 티브이데일리는 극장을 찾은 관객을 대상으로 1월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가장 많이 나왔던 의견이 기대가 되는 한국 영화가 없다는 볼멘소리였다. 보고서 역시 한국영화산업에 대해 “자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자본의 흐름에 편승할 수 밖에 없는 산업 구조가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영화산업의 창작력과 현장의 전문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다시 영화산업의 생산력 저하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창작자 위에 선 자본이라는 구조가 바꾸지 않는 한 다양한 소재의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길은 점차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관행이 만들어낸 결과는 관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군합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