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이호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얼굴이다. 영화 ‘내안의 그놈’에서 동현(진영)을 괴롭히는 일진 태욱 역을 맡아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진한 웃음을 줬다.

영화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 배급 메리크리스마스)은 우연한 사고로 제대로 바뀐 아재와 고딩의 대유잼의 향연, 웃음 대환장 파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이호수는 극 중 학교에서 동현(진영)을 괴롭히는 일진 태욱 역을 연기했다.

극 중 이호수의 첫 등장은 사고로 영혼이 바뀐 동현(진영)이 학교에 처음 등교를 하고 나서다. 뒷자리에 껄렁이는 자세로 앉아 있는 태욱은 동현과 눈을 마주치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인상적인 첫 등장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포인트다. 그러나 이호수는 이러한 연기를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다.

이호수는 태욱이라는 캐릭터를 연기 하기 위해서 태욱과 유사한 고등학생을 찾아 다녔다. 태욱과 유사한 고등학생과 직접 인터뷰를 하고 일진 태욱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호수는 첫 등장 장면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던 고등학생 친구를 보니까 눈을 크게 뜨지 않더라”고 했다. 그렇기에 첫 등장에 눈을 지그시 뜬 채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면서 껄렁껄렁한 표정 연기가 리얼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태욱은 학교 급식실에서 동현과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때마침 등장한 선생님 때문에 흔히 일진이 이야기하듯 “끝나고 따라와”를 외친다. 호기롭게 동현을 부른 태욱은 이미 영혼이 조폭 변호사 판수로 바뀐 동현에게 호되게 당한다.

이호수는 “진영이 잘 때렸다. 소리가 크고 동작도 컸지만 많이 아프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장면을 다양한 앵글로 찍어야 하는 탓에 여러 차례 뺨을 맞아야 했다. 이호수는 “한 30대 정도를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프지 않더라도 뺨이 붓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얼음 찜질을 해야 했다”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전혀 아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되려 이호수는 “진영과 촬영을 들어가기 전 동선을 맞추고 리허설도 했다”며 “그런데 너무 많이 맞으니까 진영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분명 극 중 일진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호수는 때리는 장면보다는 맞는 장면을 더 많이 찍어야 했다. 진영뿐 아니라 일진 우두머리 철호(권혁범)에게도 맞아야만 했다. 이호수는 “혁범 형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동작이 크지만 전혀 아프지 않게 때렸다”고 했다.

일진 태욱의 모습과 다르게 실제 만난 이호수는 영화 속 일진 태욱의 껄렁함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호수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 안에도 뭔가 반항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한 자신 내면의 반항성을 부각시키기는 연습을 부단히 했다고 했다.

그렇게 태욱이라는 인물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호수는 “어찌 됐든 태욱은 비행 청소년이다. 누구든 나쁜 길로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상처를 잘 받는다”며 “진영에게도 뺨을 맞는 게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호수는 태욱이 자신이 뺨을 맞는 것을 지켜본 재익을 화장실로 끌고 가는 장면에 대해서도 태욱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 가며 연기를 했다.

이호수는 극 중 특별히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되려 태욱은 너무나 진지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태욱이 뺨을 맞는 모습, 화장실에서 보여준 엉성함, 마지막 장면에서 동현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 폭소를 터트린다.

이에 대해서 이호수는 “연기를 준비하면서 상황이 웃겨야 진짜 웃긴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며 “연기를 하는 사람이 웃기기 보다는 관객이 봤을 때 웃을 수 있는 게 진한 웃음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했다.

이야기 말미에 동현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은 강효진 감독이 눈빛이 좋다고 칭찬을 해주기까지 했다. 이호수는 해당 장면에 대해 힘에서 이미 밀린 태욱이 뻘쭘해 하면서 인사를 하는 장면을 위해서 눈빛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지함에도 이호수의 연기는 극 중 상황과 맞물려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코미디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이호수가 연기를 준비하면서부터 였다. 그는 “2012년 연기를 준비하면서 내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호수는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해 건대입구 역에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역장님에게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설문 조사를 하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2시간 동안 70명 가량 설문을 돌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많이 나왔던 반응이 코미디와 악역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 연기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이호수라는 배우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노력형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진 태욱 역을 위해 고등학생과 인터뷰를 하고,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 극복을 위해 공동묘지에서 홀로 2시간 동안 있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연기에 대해 열정을 불태우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게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이호수는 “어디 가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운동도 그랬고 공부도 그랬다”고 말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연기를 준비하면서, 작품을 했을 때라고 했다. 그는 “동료 배우, 관계자 분들이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은 변함없이 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기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한다. 열심히 배우면서 신체도, 마음도, 생각도 준비를 하면서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신인 배우에게 숙명과 같은 기다림에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많이 기다린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