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9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나영이 그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업그레이드된 연기력으로 성공적 복귀 신호탄을 쐈다.

지난 26일 tvN 주말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정현정·연출 이정효)이 첫 방송됐다.

작품은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한때는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던 고스펙의 경력 단절녀 강단이(이나영), ‘문학계의 아이돌’ 스타작가 차은호(이종석)의 로맨스가 더해진 설레는 로맨틱 코미디를 담는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취뽀’(취업 뽀개기)를 이루기 위한 강단이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결혼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이혼 후 유학 간 딸 재희(이지원)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취업 시장에서 경력이 단절되고, 나이가 있는 강단이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곳은 없었다.

강단이는 생계를 위해 절친한 동생 차은호 몰래 그의 집 가정부가 되어 돈을 받으며 생활했다. 지내던 집이 철거돼 차은호의 집에서 신세를 진 그는 차은호의 회사 신입사원 모집요강을 발견했다. 이후 강단이는 경력을 지우고 나이와 경력 제한이 없는 계약직에 지원, 면접장에서 차은호와 마주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빛난 것은 역시 이나영이었다. 9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에서 그는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며 1시간 내내 극을 이끌었다. 결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도망을 치는 모습부터 어렵게 장만한 집에서 아이와의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치열하게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에 녹아들었다.

특히 이나영은 강단이가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씩씩하게 그려냈다. 집이 철거되고 인파에 구두까지 잃은 후 그는 면접을 보려던 회사와의 통화에서 보는 이가 다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으며, 딸의 병원비 입금 문자에 편의점 우산을 다시 내려놓고 비를 맞으며 맨 발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유발했다. 또 남편 홍동민(오의식)이 사업 실패 후 바람까지 피웠지만 딸을 위해 붙잡는 회상 장면 역시 애잔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강단이의 씩씩한 면모를 부각시키며 강단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살리기도 했다. 그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면서도 면접을 보려던 회사에 “못 보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안 보는 것”이라 말했고, 자신의 구두를 찾아주며 신데렐라 이야기를 꺼내는 지서준(위하준)에겐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기엔 내가 나이가 많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내 인생 구원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안 믿는다. 난 내 힘으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또 그는 우산을 거절하고 “살다 보면 가끔 추운 날도 있겠죠”라며 전 재산인 대파를 선물하는 등 엉뚱하면서도 대범한 캐릭터의 성격을 튀지 않게 보여줬다.

살다 보니 찾아온 추운 날에 좌절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을 헤쳐나가는 강단이의 모습이 이나영을 만나 더욱 빛이 났다. 작품이 ‘휴먼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를 예고한 만큼, 신입사원 강단이가 보여줄 휴먼, 그리고 벌써부터 설렘을 예고한 차은호, 지서준과의 로맨스에서 이나영이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