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누구에게나 편견이 있다. 이를 경계해야 함에도 대다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견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드리기 마련이다. 특히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 그 중에서도 자폐를 바라보는 시선은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증인’은 유력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풀어낸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평화로운 마을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있다. 문제는 그 목격자가 자폐를 가진 소녀라는 점이다. 영화는 이야기의 설정부터 철저하게 대중이 갖고 있는 자폐에 대한 편견을 순호라는 인물을 통해 낱낱이 끄집어 낸다.

한때 정의로웠던 민변인 순호는 아픈 아버지와 빚 때문에 적당히 세상과 타협을 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다. 순호는 회사에서 주목하는 사건을 배당 받고 자신이 파트너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에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자폐 소녀 지우에게 접근한다. 순호는 자폐를 가진 지우의 증언에 대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기에 순호는 지우가 아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지우의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고자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영화는 얼마나 우리가 편협한 시선으로 자폐를 가진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준다. 사건 담당 검사 희중(이규형)은 지우와 소통을 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순호에게 자폐를 가진 이들이 자신만의 세계가 다르고 그 세계에서 나오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결국 이한 감독은 희중의 입을 빌려 관객들에게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봤는지를 묻는다. 결국 법정에서 순호가 모두에게 하는 고백 역시도 우리가 얼마나 편견으로 장애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정우성은 이전의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소시민의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했다. 세상에 타협을 한 순호가 지우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를 했다. 지우 역을 연기한 김향기는 자폐 소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특히 무심한 듯하면서도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의 호흡이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다.

결국 정우성과 김향기가 서로 소통을 하며 호흡을 맞추듯 영화 속 순호와 지우 역시도 소통을 하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간다. 세상에 타협한 순호가 자폐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지우를 통해 진정한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성공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순호에게 무심한 듯 던지는 지우의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는 2월 13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증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