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차량 액션 영화라고 하면 응당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 통쾌한 차 체이싱, 슈퍼카의 등장, 짜릿한 속도감까지. 그러나 영화 ‘뺑반’은 이러한 류의 영화에 갖는 기대를 가지고 봐서는 안 된다.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 배급 쇼박스)는 교통 사고계 ‘뺑소니 전담반’을 다루고 있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조금 생소한 소재라 하더라도 소재 자체가 주는 기대감이 있다. 교통 사고 후 도주하는 이를 쫓는 경찰의 모습 혹은 증거를 토대로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통쾌함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뺑범’ ‘순마’ ‘망원’ ‘공도’ ‘양카’ 등 은어를 사용해 리얼한 경찰의 세계를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줬다.

그러나 막상 ‘뺑반’이라는 요리의 뚜껑을 열어 보면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요리가 아니다. 전혀 다른 요리가 관객 앞에 등장한다. 뺑소니 전담반다운 모습은 영화 시작 10분 정도만 등장할 뿐. 흔히 봤던 재벌 악역과 경찰의 혈투와 같은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 JC 모터스 의장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한 경찰의 분투가 이야기의 전부다.

더구나 차량 액션이 주는 쾌감이 재벌 악역과 경찰의 대결이라는 뻔한 설정을 상쇄시키지 못한다. 한준희 감독이 기존의 자동차의 동선과 속도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추격의 긴박감, 기교 대신 차량을 운전하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차량을 운전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들은 90% 이상 직접 카 체이싱을 소화했다.

한준희 감독의 선택은 카체이싱이 주는 긴장과 속도가 전달하는 짜릿함마저 반감시켰다. 차량 안이라는 제한적 공간이 주는 앵글의 한계,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속도감이 결합되면서 차량을 운전하는 캐릭터의 감정에 관객이 충분히 이입되지 못한다. 되려 빗속을 질주하는 차량에 덧입혀진 CG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올 지경이다.

그나마 한준희 감독의 장점이 영화에 잘 살아 있다. 한준희 감독은 전작 ‘차이나타운’을 통해 단순히 소모되지 않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번 ‘뺑반’에서도 한준희 감독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었다. 은시연(공효진)을 필두로 내사과 과장 윤지현(염정아), 뺑반 리더 우선영(전혜진)까지 매력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과거를 궁금하게 하는 서민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 류준열과 등장하는 순간 묘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정재철을 연기한 조정석이 극을 힘겹게 끌고 간다. 또한 서민재의 아버지로 등장한 이성민의 소탈하고 정 많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결국 ‘뺑반’에게 남은 건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새로운 소재도, 짜릿한 카 체이싱도 아닌 단순하게 소비되지 않은 여성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뺑반’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