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상처 받은 영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버티는 일의 연속이라는 전언일까. ‘나쁜 형사’가 신하균과 이설의 감수성 충만한 호연 아래, 세상의 모든 추악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마무리됐다.

29일 밤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극본 허준우·연출 김대진) 마지막회 31, 32회에서는 우태석(신하균) 은선재(이설) 전춘만(박호산) 장형민(김건우) 채동윤(차선우) 신가영(배다빈) 반지득(배유람) 이문기(양기원) 조두진(윤희석) 최정우(류태호) 성미라(김나윤) 김해준(홍은희) 우태희(배윤경) 등을 둘러썬 형사극 결말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우태석을 필두로 한 S&S팀이 은선재 양부모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일과 함께, 부경(황석정)의 아들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가 전개됐다.

은선재의 과거는 배여울(이설)이었다. 당시 선재 양부모 측인 은홍구는 여울을 차로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후 은홍구는 서주임(김기천)에게 여울을 없애라고 지시했지만, 주임은 이후 차마 여울을 죽이지 못하고 병원 앞에 버렸다.

하지만 서주임은 은홍구 앞에서 말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양부모는 여울을 은선재로 입양시킨 것이었다. 이들은 내내 선재를 학대하다가 그를 외국으로 보내버렸다. 이후 양부모가 죽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사실상 은선재로 암시된 셈이었다.

태석은 비로소 선재의 슬픈 과거사를 알게 되면서, 선재에게 누구보다 아픈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처 받은 소녀를 향한 어른의 보편적 책임감을 통감하는 대목이었다.

부경(황석정)의 살인 진실도 드러났다. 부경 아들은 아이들에게 학교 폭력에 시달렸고, 가해자들의 부모는 국회의원, 병원장 등 이 세상의 권력자들이었다. 힘없는 부경은 아들의 복수를 자행하고자 병원장을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의 마지막 몸부림이 범죄로 변질된 것이었다. 태석은 이 같은 상황을 모두 밝혀냈다.



‘나쁜 형사’는 연쇄 살인마보다 더 나쁜 형사 우태석과 매혹적인 천재 여성 사이코패스 은선재의 위험한 공조 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라는 참신한 기획으로 출발했다. 이는 영국드라마 ‘루터’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애초 원작 역시 자신의 죽음조차 무감각한 천재 여성 사이코패스와 정의감 넘치는 열혈 형사의 두뇌게임을 그려냈다.

원작의 기발한 설정을 따온 ‘나쁜 형사’는 연기파 배우 신하균과 신예 이설의 투톱 연기력과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댄 편이다. 실제로 두 배우는 대치 장면에서 주거니받거니 날선 연기 호흡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신하균은 내면 연기는 물론, 대사 없이도 강한 제스처와 액션으로 십 수 년 연기력의 공력을 입증했다.

스토리라인 역시 장르물답게 안정적으로 전개됐다. 조용한 듯 강하게 전개되는 ‘나쁜 형사’의 수사 플롯은 우태석과 은선재의 속모를 눈빛 연기에 힘입어 서늘한 긴장감을 유발하곤 했다. 특히 쪼개지는 카메라 워크 등을 활용해 스펙터클한 액션물로서의 정체성도 충분히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어른 남자 우태석과 상처 받아 뱀처럼 독해진 여자 은선재의 두뇌게임에 더불어, 인간 대 인간의 교감 어린 소통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기조를 잃지 않았다. 매혹적인 두 캐릭터의 아픈 상처와 인생사는 그 자체로 이 드라마의 핵심 줄기이자 정서였으며, 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충분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