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김주영이라는 여자의 통이 너무 컸어요." 'SKY캐슬'을 마친 김서형은 김주영으로 살아온 5개월 동안의 고통을 토로했다. 자신에게 담기에 김주영은 너무 남다른 캐릭터였다는 김서형이다.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 김서영은 극 중 대치동 엄마들도 모르는 극소수 아는 사람들만 아는 탑급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연기하며 강렬한 캐릭터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SKY캐슬'의 흥행에 대해 기분 좋은 기색을 억지로 지우지 않았다. 김서형은 "적당히 잘 되겠지 싶었다. 그냥 종편에서 10프로만 높게 나와도 좋지 않나. 시청률 예상은 안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너무 높은 시청률이 나오자 걱정은 됐다고. 김서형은 "시청률이 또 너무 나오니까 부담됐다. 모든 사람들이 암암리에 더 열심히 했다. 연기에 더 힘이 들어가고 그럴까 봐 평온해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1회 보고, 2회 예고 공개됐을 때는 '2회에서 터지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2회 정란 언니 신을 보고 '저렇게나 잘 찍어줬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자극이 됐죠. 그래서 더 연기할 맛 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뭘 어떻게 더 잘해야 할까 싶었죠. 한 회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아서 나도 기대가 됐거든요. 그래서 현장 가기 전에 더 준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김주영이라는 캐릭터는 촬영 내내 김서형에게 고통을 줬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을뿐더러, 어떻게 감정선을 이어가야 하는지 모르기도 했다고. 김서형은 "촬영한 것을 보고 내가 저래서 집에서 힘들었구나 했다. TV를 보는데 '김서형이 없잖아' 싶었다. 보면서 '내가 김서형을 잃었구나' '그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했다"고 말했다.

김서형을 찾는 시간은 그에게 눈물을 쏟게 만들기도 했다. TV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김서형과 달리 극 중 인물 김주영은 좀 잡을 수 없었기 때문. 그럼에도 다른 캐릭터들보다 한 발 앞서 있어야 했던 탓에 김서형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김서형은 "김주영은 다 예상을 하고 사는 사람인데, 김서형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김서형인 나는 김주영을 따라가기 모자란 사람이었던 거다. 못 쫒아가는데 따라가려면 얼마나 가랑이 찢어지겠냐"며 감독과 작가에게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힘을 준 것은 조현탁 PD였다. 김서형은 도저히 김주영이 누구인지를 찾지 못할 때 조 PD한테 찾아봐 달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김서형은 "감독님은 '서형 씨 생각하는 게 맞을 거'라고 모호한 대답을 하더라. 결국 '찍으면서 다시 찾자'고 했는데 찍으니까 또 내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는 김서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혜나를 들이십시오' 대사 이후로는 드라마가 끝난 기분이기도 했어요. 힘든 게 아니라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그 이후에는 밀당을 하듯 반복적인 사건들이 계속 일어났어요.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똑같으면 웃기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러나 되돌아보니 그 고민했던 시간들 자체가 김주영이었다는 김서형이다. 그는 앞에서는 당당한 척하다가도 고독함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며 김주영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추측했다. 김서형은 "정해진 촬영 시간이 있어 나한테 시간을 많이 못 줬다. 18회쯤 도저히 못 참고 대기실에서 우느라 2시간을 잡아먹었다"며 "그게 그냥 김주영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작가님도 그 부분에서는 잘 안 써졌다고 하더라. 종방연에서 '내 마음은 그랬는데 자기 마음은 어땠겠냐'고 하셨다"고는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했다.

'SKY캐슬'로 역대급 캐릭터를 다시 갱신한 김서형이지만, 아직도 그는 연기가 어렵다. '이 정도는 해내야 하지 않겠냐'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에다. 김서형은 "지금까지 연기를 20년 넘게 했는데, 그래서 더 어려워지겠다. 후배들도 너무 잘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잘해줘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 있다"며 "1년 뒤에 작품을 만나면 또 겁난다. 기대하는 것과 창출해내는 것은 내 도전이다. 캐릭터가 카리스마 있다고 해서 비슷하게 안 하려는 노력을 한다. 물론 김서형 김주영이 투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나를 답습하기 싫다. 내가 밀어낸다고 해서 안 되는 건 아닐 거 아니냐"라며 끝까지 배우로서의 고민을 토로했다.

"사실 평상시에는 뭐든지 내추럴하게 다녀요. 일을 안 할 때는 0으로 만들고 싶은 거죠. 캐릭터를 만들 때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100 이상이잖아요. 에너지가 많이 소비돼야 하는 거니까 최대한 편안하게 잘 안 갖춰입고 다니려고 해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