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역사 속 스포츠 영웅을 소재로 한 ‘자천자왕 엄복동’이 오늘(27일) 개봉했다. 만듦새 면에서 아쉬움이 짙다는 혹평,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생동감을 높이 살만하다는 비교적 후한 평도 등장했다.

오랜만에 뜨거운 스포츠 영웅의 인생사를 담아낸, 다소 직설적인 영화가 충무로에서 베일을 벗었다.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배급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가수 비로 유명세를 떨친 배우 정지훈이 극중 엄복동 역을 맡아 극장가 화제를 낳았다. 정지훈은 지구 반 바퀴 양을 도는 어마어마한 자전거 연습량을 소화하며 캐릭터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고투했다. 실제 자전거 선수와 동일한 메커니즘과 강도의 훈련을 받은 그는, 영화 속에서 조선시대 스포츠 영웅에 어울리는 체력, 혈기, 태도, 표정을 선보인다. 연기력에 관한 그는 부족함 없이 최선의 몫을 다해냈다는 인상이다.

엄복동 주변에서 그를 응원하는 조선 사람들, 김형신 역의 강솔, 황재호 역의 이범수, 경자 역의 민효린 등도 각 자리에서 선전한 편이다. 스토리라인상 해당 인물들은 일제강점기 물밑에서 조선을 위해 움직이는 뜨거운 사람들로서 엄복동의 극한 열정에 힘을 보탠다.

이처럼 비교적 특질이 뚜렷한 캐릭터 묘사야말로 이 영화의 장점이다. 문제는 스토리라인이나 플롯이 다소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스포츠 영웅을 소재로 한 기존 성공 사례 영화들의 비기는 무엇이었을까. 실제 스포츠 경기의 승리를 성취해내는 순간의 환희를 특정 카메라 워크로 잡아내는 감각, 기나긴 노력으로 점철된 스포츠 주인공 자체에 내재된 휴머니티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요소가 클라이막스에서 영화적으로 폭발할 때 관객들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정 소재에 지나치게 함몰된 나머지, 영웅의 서사와 그에 따른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역사적 배경을 채택한 영화가 빠질 수 있는 함정, 즉 ‘국뽕’(지나친 애국주의)으로 귀결되는 후반부 탓이다. 영화는 종국에 엄복동이라는 인물의 인간미마저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클라이막스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허탈감을 안긴다.

때문에 관객들로선 ‘역사에 기록될 만큼 뜨거운 스포츠 영웅담, 그 소재가 아깝다’는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현재 포털사이트 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3~4점대이며, 이 같은 저조한 반응은 관객들의 기대치 배반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부분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