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간혹 가다 성인임에도 어른스럽지 못한 철부지 같은 사람이 있다. 반대로 천진난만해야 할 미성년이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 배급 쇼박스)은 이처럼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적인 나이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통해 ‘어른스러움’에 대해 묻는다.

같은 고등학교 동갑인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는 학교 옥상에서 말다툼을 한다. 다툼의 원인은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의 불륜 탓이다. 주리는 어떻게든 엄마 영주(염정아) 몰래 수습을 해보려고 하지만 윤아는 어른 일에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윤아는 때마침 주리에게 걸려온 영주의 전화를 받아 대원과 미희의 불륜, 그리고 임신 사실을 모두 폭로 해버린다. 이로 인해 주리는 안절부절 한다.

주리가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뒤 성년과 미성년의 행동에는 차이가 있다. 사건을 수습해야 할 어른인 영주와 미희는 직면한 상황을 애써 묵인해 버린다. 반면 미성년인 주리와 윤아는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다.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과연 영주와 미희가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특히 사건의 원흉이나 다름 없는 대원의 행동은 어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자신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 회피를 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알량한 체면 때문에 자신을 쫓아 오는 딸마저 뿌리친 채 도망을 친다.

대원의 모습부터 윤아의 부친이 보여준 무능력함, 나잇값 못하는 미희 등의 모습이 이어지면 미성년과 성년의 경계를 더욱더 허물어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이어지면서 정작 미성숙한 어른의 모습만 보일 뿐 미성년의 어른다운 모습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 말미에 윤아와 주리가 보여준 행동은 그들 역시도 아직 미성숙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결말은 영화가 차곡차곡 쌓아온 어른스러운 미성년과 아이 같은 성년의 모습을 단번에 무너트린다.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품이다. 김윤석은 4명의 여성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선에 집중했다. 연출적인 욕심보다는 되려 이야기와 연기에만 집중해 관객이 4명의 여성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김윤석은 감독뿐 아니라 대원 역으로 출연을 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분량이 가장 적다. 김윤석은 관객이 주리, 윤아, 영주, 미희 네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분노 유발자나 다름 없는 대원을 무색무취하게 그려냈다. ‘웃픈’ 대원의 모습을 과하지도, 모자람도 없는 딱 적절한 김윤석식 유머로 완성했다.

영화는 11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미성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