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힘에 의해 진실이 묻히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지난 5일 첫 방송된 JTBC 새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극본 김지우·연출 박찬홍)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아들의 이름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이날 방송에서는 옥상에서 추락한 박선호(남다름)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들의 사고에 얽힌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박무진(박희순), 강인하(추자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박선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친구 대한 걱정 보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이 올까 진실을 감추기 위해 궁리했다. 이에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한 작품은 2005년 ‘부활’, 2007년 ‘마왕’, 2013년 ‘상어’로 3대 복수극을 완성시킨 김지우 작가, 박찬홍 감독 콤비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첫 회 역시 날카로운 통찰력이 묻어나는 스토리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선호의 사고 후 수업 대신 아이들을 면담 하는 시간을 갖자 학교에는 면학 분위기를 잡으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세아중학교 교사들도 걱정 대신 면학 분위기 조성에 신경 썼다. 박선호의 사건을 ‘자살미수’로 종결짓겠다고 알리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경찰의 모습 역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이기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박찬홍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도 몰입도를 높였다. 개기일식을 보기로 약속한 날. 사고를 당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 박선호를 보여주면서 개기일식 현상과 함께 갑작스러운 절망을 마주한 박무진, 강인하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줬다. 이는 안타까움과 분노, 절망이 뒤섞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으며, 은폐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사고를 대하는 피해자와 가해자 측의 전혀 다른 입장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엄마 강인하는 학원가기 싫다고 했던 박선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을 자책했고, 동생 박수호(김환희)는 자신이 축구 경기를 보면 진다는 징크스를 떠올리고 오빠가 깨어날 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들은 자신에게 해가될까 전전하며 말을 맞추기 급급했다.

특히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오준석(서동현)이 아빠 오진표(오만석)의 말을 그대로 친구들에게 전하는 장면이 충격을 안겼다. 세아중학교 이사장인 오진표는 사고에 대한 진실을 찾기보단 조용히 문제 해결을 하는 데 힘썼다. 그는 오준석에게 형사와의 면담을 미리 알리며 “쓸데없는 말해서 오해사지 말고 모른다고 해라. 이건 정식 사건 수사도 아니고 넌 미성년자다”라고 강조했다.

오준석은 자신과 함께 박선호를 괴롭히던 친구들이 불안에 떨자 오진표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며 “우린 미성년이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오준석을 비롯한 친구들은 미성년인 점을 이용해 그저 모른다고 입을 닫거나, 박선호에게 성적 스트레스가 있었다며 자살로 몰아가는 영악함까지 보였다. 자신이 보고 배운 어른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이렇게 하면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퍼지면서 또 다른 거짓을 낳았다.


성인연기자들은 물론 사고의 중심에 있는 아역들까지,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대본, 연출,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벼랑 끝에 선 한 가족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게 했다.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함께 슬퍼하게 만들면서 시청자들까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다. 감정소모가 심해 힘들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저 현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 당시 오준석의 엄마 서은주 역을 맡은 조여정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많이 망설였다 면서도 “시놉시스 속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라는 문장이 와 닿았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극복해나가는 서은주를 통해 자신도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음을 언급했다. 추자현 역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주변 사람을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단순히 무겁고 힘든 소재라 생각하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보시면서 치유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며 치유와 성장을 전할 것을 예고한 ‘아름다운 세상’이다. 지독하게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울림을 안긴 ‘아름다운 세상’이 마지막까지 작품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아름다운 세상’,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