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민주 기자] 한국어 사전에 따르면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말한다. 주로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이들에게 이와 같은 표현을 쓴다. 가수 조용필의 팬들에게서 시작된 ‘오빠부대’와 같은 선상에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요 시장이 커지며, 이 ‘덕질’을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러워졌다. 드라마의 주 소재로 사용될 정도다. 소수 극성팬들의 집착이라는 ‘색안경’ 낀 시선이 아닌, 가수와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 문화는 단순히 아이돌 가수의 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돌은 아이돌대로 밴드는 밴드대로 인디 가수는 인대 가수대로 트로트 가수는 트로트 가수대로 팬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성장해 간다.

이 중 가장 성격이 달라 보이는,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를 쫓아 ‘덕질’의 기본인 현장 응원 문화를 비교해 봤다. 팬들의 나이, 직업, 사는 지역부터 응원을 위해 들이는 시간, 비용까지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명했지만, ‘오빠’를 향한 마음은 하나였다.

아이돌 가수로는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이 된 그룹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아미(ARMY, 팬덤명)는 근래에 전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팬덤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 역시 자신들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인기는 모두 전 세계 아미 덕”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낸 바 있다.

트로트 가수로는 ‘트로트계 아이돌’로 꼽히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가수 진해성(30‧본명 이상성)을 꼽았다. 지난 2012년 데뷔, 올해 8년차가 된 그는 지난 2017년 낸 ‘사랑 반 눈물 반’을 시작으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예능 등에서도 주가를 올리며 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는 앞서 한 방송을 통해 누나 팬들로부터 선물 받은 보양식 가득한 도시락을 공개, 관심을 받기도 했다.

◆ 출발
산 넘고 물 건너,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지난 4월 27일, 방탄소년단은 MBC ‘쇼! 음악중심’ 스케줄을 소화했다. 오전 8시 30분 즈음 사전녹화를 진행했고, 오후 2시 본 방송 무대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인근에 500명이 넘는 아미가 모였다. 전날 오후 4시30분 시작된 방청 신청에 성공한, ‘황금 손’들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전녹화 방청을 위한 집합 시간이 오전 6시30분으로 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넘쳤다. 대부분이 오전 6시 전에 현장에 모여 집합 시간까지 대기했다. 나서서 정리하는 사람 없이도 알아서 완성되는 질서가 돋보였다.



이 곳에서 만난 학생 정호순(가명, 23) 씨는 인천에서 새벽 4시에 택시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다고 했다. 입장 배부 1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는 그는 “같은 지역에 사는 팬들 넷이 모여 택시를 탔다. 그게 합리적”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방에 살고 있는 직장인 민윤지(가명, 28) 씨는 전날 올라와 서울에서 1박을 했다며 “KTX를 타고 올라왔다”라고 설명했다.

진해성은 같은날 오후 2시 전라남도 목포에서 열린 ‘2019년 목포수협 풍어제’ 행사에 초대가수로 참석했다.

진해성의 팬들 역시 아침부터 분주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주부 김금란(68) 씨는 고속버스를 타고 목포에 왔다며 “새벽 6시20분 첫차를 탔다. 목포 터미널에 오전 10시 20분에 도착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인천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진해성의 팬 한 명과 함께 버스를 탔다.



경기 평택에 거주 중인 회사원 최민자(52) 씨는 자가용을 이용했다며 “오전 8시에 출발해 목포까지 4시간 30분이 걸렸다. 오후 12시 30분에 도착했다”고 했다. 최씨는 “회사 동료들이 진해성을 보고 싶다고 해 동행했다”고도 말했다.

◆ 비용
‘덕질’이 사치? ‘합리적 소비’

팬들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하는 투자는 취미 생활 중 하나였다. 현장 응원을 위해 들이는 비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방탄소년단을 응원하러 온 정호순 씨는 ‘비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학생이라 정기적 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돈을 썼다. 정씨는 “(보통 서울로 공개방송 응원을 올 때) 택시비, 전철 등을 포함해서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가 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민윤지 씨는 주로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할 일이 많아 교통비를 추가로 책정했다. 민 씨는 “(KTX 등) 기차를 타니까 그런 교통비가 추가로 드는 것 같다”라면서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씨는 바로 다음날 광주에서 열린 ‘SBS 슈퍼콘서트’에도 참석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응원 갈 일이 많은 진해성의 팬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했다. 주로 교통비에 많은 돈을 썼다. 김금란 씨는 “지방에 갈 때는 교통비로 왕복 5~6만 원 정도를 쓴다. 서울 공연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1만 원 정도를 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최민자 씨는 “주유비와 통행료 등을 포함해 지방을 왕복할 때는 6만 원 정도가 든다. 간식거리 까지 생각하면 4만 원을 추가해 10만 원 정도를 쓰는 것 같다. 서울 응원도 비슷하다. 교통비가 3만 원 정도 든다면 간식비가 5만 원 정도 들어 8만 원 정도를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열혈 팬들의 이야기는 기획 2에서 이어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민주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