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민주 기자] 연극 '엄마의 봄'이 모녀관계의 크고 작은 갈등부터 알츠하이머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포괄적인 사회문제를 담아냈다.

지난 8일 개막한 연극 '엄마의 봄'(연출 윤현식)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같이한 세월만큼이나 꼬여버린 모녀의 갈등과 애증,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운명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엄마의 봄'은 '크리스토퍼 빈의 죽음' '환상의 여인' '1950 결혼기념일' 등을 공연한 극단 명장의 제11회 정기공연이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고, 극단 대표 윤현식이 연출을 맡았다.

대본을 집필한 이는 딸 서영 역을 맡은 배우 김영서다. 실제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그는 어머니가 병 뒷바라지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직접 마주했고, 자신의 경험을 '엄마의 봄'에 녹여내 의미를 더했다.


극은 딸 서영이 방치돼있던 엄마의 꽃집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싱글맘인 서영의 엄마는 딸을 위해 꿈을 포기할 정도로 깊은 모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배우로 살던 서영의 어머니는 딸을 키우기 위해 일을 중단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던 엄마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연기를 펼치다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하는 등 고초를 겪는다.

이후 딸 역시 엄마와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 엄마는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싱글맘의 몸으로 배우의 길을 걸으려는 딸을 반대한다. 꿈을 이루려는 서영과 그런 모습이 안타까운 엄마의 대립이 극대화 된 끝에 결국 갈등은 폭발하고, 엄마는 집을 나간다.

이런 모녀에게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엄마에게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장을 보러 갔다가 길을 잃은 엄마는 경찰의 도움으로 집을 찾아온다. 그가 이미 샀던 음식 재료들을 똑같이 사 오려고 했던 것을 알게 된 서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는 어린아이가 돼 가고, 서영은 뒤늦게 엄마의 잔소리 속에 담긴 자신을 위하는 진심을 깨닫는다.


이처럼 '엄마의 봄'은 엄마와 딸 이야기를 통해 모녀 사이의 갈등과 봉합을 통해 감동적인 드라마를 자아냈고, 더불어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인해 대두되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조명했다. 바쁜 삶 속에서 방치되는 치매 환자들의 사연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 관객 본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고 나아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 것이다.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까지 일깨우며 여운을 남겼다.

최선자는 딸을 향한 사랑이 담긴 눈빛과 인자한 미소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했다. 따스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연기에 관객들이 울고 웃었다. 김영서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둔 딸이 겪는 당황과 고통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동시에 힘겨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서영의 모습을 표현하며 극적 몰입도를 높였다.

'엄마의 봄'은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공연한다. 오는 7월에는 미국 애틀랜타 초청공연이 예정돼있다.

[티브이데일리 김민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엄마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