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보다 리얼하게 극을 살리기 위해 땅에 떨어진 빵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본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보는 이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땅에 떨어져 짓밟힌 빵 하나만으로도 배우 이이경의 연기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유다.

이이경은 지난 시즌1 출연자 중 유일하게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2’)에 출연했다. 기존 출연자들이 다 바뀐 상황이었지만, 이이경은 이미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기존의 색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즌2에 홀로 남아 출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다만 시즌1이라는 비교 대상이 분명하게 있었기에 스스로를 좀 더 혹독하게 검열했다. 이이경은 “스스로의 연기를 시즌1의 준기와 비교 했다”며 “조금만 과장해도 오버가 될까, 조금만 힘을 빼도 성의가 없어 보일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때 그에게는 ‘시청자들은 네가 뭘 해도 받아들여줄 거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감독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자신을 잘 알아주는 감독을 비롯한 시즌1의 모든 스태프들이 시즌2 현장에 그대로 자리했다. 이이경은 “‘와이키키2’ 첫 신을 찍은 후 감독님이 ‘준기가 집에 왔구나’라는 말을 해주셨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함과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이경은 이준기 캐릭터의 독특한 말투를 비롯해 시즌1에서의 세세한 설정들을 시즌2까지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도. 그는 “레베카 언급이 계속되는 것도 감사했다. 시즌1 당시 ‘이 차를 의인화하고 싶다’해서 현장에서 급하게 지은 이름이었다. 제 AI스피커 이름이 레베카였다”는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와이키키’ 시리즈에서는 이이경 표 코믹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이이경의 성격과 이준기는 정반대라고. 이이경은 “남자 출연자들끼리 대기실을 같이 썼는데, 대기실에서 전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할 정도로 캐릭터와 다른 성격이라고 했다. 평상시에는 차분한 편이지만, 촬영을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에너지가 나온다고 했다.

이이경이 자신과 정반대인 이준기 캐릭터를 보다 매력적으로 빚어낼 수 있었던 데는 연기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이이경은 배우 지망생 이준기 역을 통해 다양한 분장도 하고, 성대모사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떨어진 빵도 먹게 됐지만 이이경은 그저 “다양한 걸 보여주고 시도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고 담담히 이야기할 뿐이었다.

이이경은 한 신을 위해 실제 땅에 떨어진 빵을 먹었다. 그저 인물이 진짜 밟힌 빵을 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땅에 떨어지고, 밟히고, 이물질까지 묻은 빵이었다. 그럼에도 이이경은 “평소 이름 검색을 자주 해본다. 그날 그 신을 찍고, 제 이름을 검색 했는데 보조출연자 분 중 한 분이 배우 지망생인가보더라. 저를 보고 많은 걸 배우고 갔다는 글을 썼더라.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어보였다.

단 한 신의 비하인드만으로도 연기에 대한 진중한 마음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이는 그가 방송 내내, 매 장면 이준기 그 자체로 자리하며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기도. “제가 편하면 보시는 분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제가 조금은 불편해도 보는 사람이 편할 수 있게 하려한다”는 이이경은 그만큼 자신이 작품 속 역할로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장르물인 전작 ‘붉은 달 푸른 해’와 유쾌한 분위기의 ‘와이키키2’는 상반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작품을 끝낸 후 바로 코믹한 이준기에 몰입하긴 쉽지 않았지만, 장르와 관계없이 작품을 끝낸 뒤 각각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는 “보시는 분들이 웃으면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고, 여운을 주는 작품에 ‘인생드라마’라는 말을 붙여주시는 것도 뿌듯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했지만,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 이이경은 “가볍지만 그 안에서 생활 연기도 가능하고, 로맨스도 가능한 로코를 해보고 싶다”며 “로맨스 얼굴이 아니라 (그간 해온) 작품에 비해 로맨스 작품이 별로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나중에 중년의 로맨스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상이 잘못되고 있는 건지, 유독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는 이이경의 올해 목표는 건강하기다. 건강을 챙기면서 계속해서 배우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바쁜 계획을 털어놓으면서도 이이경은 다작하는 배우답게 “작품 활동은 안 쉴 것 같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일을 하지만, 매번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기한다. 열정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빚어냈고,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매 작품, 한 걸음씩 성장중인 이이경을 ‘로코’로 만날 날도 머지않았길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