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취재기획팀] 연예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는 고정 멤버와 게스트로서 녹화를 마쳤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후폭풍은 고스란히 스태프들의 몫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골머리를 앓는다. 논란의 연예인들을 화면에서 지워내야 하는 제작진은 과연 어떤 심경으로 작업을 할까. 티브이데일리는 현직 PD들과 스태프들의 답변을 통해 ‘편집계의 타노스’로 변모 중인 PD A씨의 일상을 재구성해봤다.

◆ 출연 연예인이 갑자기 실검에?

지난 밤, 방송사 편집팀에 소속된 스태프 A씨는 한 예능에서 해당 스태프들이 겪었을 고생의 흔적들을 엿봤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B가 해당 프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B씨의 위치는 왜 하필 센터인 것인지, 타 연예인들의 신체 일부가 B를 따라 가끔씩 지워졌다. 드라마 속 대가족이 정면 자리를 비우고 앉는 것처럼, B가 있던 걸로 추측되는 자리는 휑하게 비어 앞니 빠진 아홉 살을 보는듯했다. A씨는 안다.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A씨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담당 예능에 출연한 한 연예인이 사고를 일으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것이다. 이럴 땐 타노스가 되고 싶은 심정이다. 손만 까딱하면 모든 게 먼지가 되어 사라지니까.

문제의 그 날, A씨는 평소와 같이 일을 하고, 자막과 CG만 입히면 되는 마무리 단계까지 편집을 마치고 퇴근을 했다. 막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얼마 전 녹화를 마친 출연자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을 확인했다. ‘방송 전인데 왜?’라는 물음을 가지기도 전, 계속해서 울리는 메신저 소리는 불안함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A씨는 믿지도 않는 세상 모든 신을 찾기 시작했다.

A씨는 “출연자가 사건, 사고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솔직히 ‘왜 지금 터졌냐’라는 생각이 크다”라고 말했다. 왜 하필 방송 전이냐는 얘기다. 특정 출연자를 통편집 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만 드러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닌 탓이다. 흐름 전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편집을 해야하는 수고를 거처야 한다. 결국 A씨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건 오직 한가지 생각 뿐이다. ‘어떻게든 방송을 살려야 한다’라는 생각.

보통 방송 전 광고 선판매가 이뤄진다. 광고 판매 조건에는 방송 시간 분량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어떻게든 방송 시간 분량을 맞춰야만 한다. 통편집 해야 하는 연예인의 분량이 클수록 진땀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A씨는 방송 시간까지 프로그램을 완벽히 편집해서 방송 분량을 맞추는 것에만 오롯이 신경을 썼다. 그렇게 온 정신을 쏟다 보면 편집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문제의 연예인에게 화를 내거나 원망을 할 기운조차 없다.


◆ 사고는 연예인 치고, 수습은 A씨가

오전 0시. A씨가 회사에서 문자를 받고 회사로 복귀한 시간이었다. 죽상을 하고 있었지만, A씨를 비롯한 팀원들은 머리에 “살려야 한다” 띠를 두른듯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A씨는 가장 먼저 메인 PD와 함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방송까지 남은 일정을 체크했다. 메인 PD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통편집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물의 연예인을 편집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청자의 심경이다. 관계자들은 이구동성 “해당 연예인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불편해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물의 연예인이 사고를 일으킨 정도에 따라 편집 수위가 결정되는데 목소리는 일부만 방송하거나, 통편집하는 경우로 나뉜다.

시청자들은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화면에서 완벽히 사라지는 것에 집중한다. 때문에 스태프들이 힘든 것이다. '야외냐, 스튜디오냐' 촬영 장소 역시 편집 노동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된 연예인의 위치도 중요하다. 운이 좋으면 해당 연예인이 사이드에 앉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 가운데서 토크를 주도하기도 한다.

A씨는 시청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문제의 연예인이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 보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집중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편집은 전체 흐름이 매끄럽게 연결이 되는 것이 생명이다. 스태프들이 가장 집중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문제는 ‘라디오 스타’와 같은 토크 예능이다. 관계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이 A에서 시작해서 B로 끝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B가 문제가 되면 A의 이야기도 모두 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A에서 시작되지만 다음 이야기가 앞서 이야기한 A와 맞물려 B로 진행되는 경우도 편집이 쉽지 않다. 이런 경우는 질문과 이야기가 연결되는 부분,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최대한 편집 지점을 잘 맞춰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한 연예인이 마약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연예인의 분량을 모두 삭제하니 최종 편집본에서 무려 20분 가량이 날아갔다. 편성 분량을 맞추려면 다른 출연자들의 분량을 20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억지로 늘리면 재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편집 담당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 지옥의 작업 후, A씨가 출연진에게

밤샘 편집으로 하루를 보낸 A씨를 위로하는 건 시청자였다. 방송 후, 피 땀 눈물 노력을 갈아 넣은 편집을 직접 확인한 시청자들은 “고생했다”는 댓글로 랜선 위로를 건넸다. 예상 외 수혜자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었던 출연자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해당 연예인과 팬들이 분량이 늘어난 것에 기뻐하기도 했다. 만족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면서 A씨는 그제야 한 시름 놓으며 휴식을 취했다.

PD들도 편집 스태프들 만큼 고생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통편집 사례는 ‘천재지변과 같은 사건’이라고 했다. 녹화 전 출연 연예인의 사건 사고를 예견하고, 이들의 도덕성을 미리 검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연자에 대해 최대한 사전에 체크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송사가 출연자 개인의 사생활까지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 안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따로 깐깐한 섭외 기준을 만들 수도 없다. 편집 담당자들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방송 전 갑자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때, 그저 “부디 좋은 일이길”이라고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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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김한길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A씨 책상, tvN,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