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4년 6개월 만에 돌아온 가수 바비킴(47‧본명 김도균)은 유쾌했고, 또 솔직했다.

바비킴은 지난달 17일 새 미니앨범 ‘스칼렛’(Scarlette)을 들고 컴백했다. 긴 공백을 깨는 이번 앨범은 다섯 가지 사랑이야기를 담아 만들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스칼렛’으로 앨범 제목이 됐다. 타이틀곡 ‘왜 난’을 비롯해 수록곡들이 전체적으로 빈티지 솔 팝(vintage soul pop) 분위기를 풍긴다.

컴백과 함께 그가 선택한 첫 방송은 MBC ‘복면가왕’이었다. 독특한 창법 탓, 금방 정체를 들켰지만 가왕과 자웅을 겨루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계기부터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 출연하게 됐다. 가장 나한테 안 어울리는 방송이라고 생각했는데 컴백에 맞춰 때마침 섭외 요청이 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 후, 시청자에게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이니 큰마음을 먹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리허설 때는 못 느꼈지만 막상 큐 사인이 나고 본 녹화가 시작됐을 때는 트라우마가 왔다. 코앞에 김구라 형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진짜구나’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들이 100마일로 스쳐갔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별의 별 생각들이 났다. 음악이 나온 후에야 마음을 다스리고 노래에 집중하게 됐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갈 뻔 했다”라며 웃었다.

또 바비킴은 “가면이 99.9% 위안이 됐다. 눈을 얼마나 찡그리고 감으면서 노래를 불렀는지. 같은 방송에서 가면을 안 쓰고 했으면 중단을 시켰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가왕이 되지 못한 아쉬움은 “절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나는 경연대회에서 가왕을 할 목소리가 아니다. 고음이 올라가고, 음역대가 넓고, 여러 스타일로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그런 기대가 없었다. 3라운드까지 올라간 것도 대단했다”라며 “가변을 벗을 때 홀가분했다”라고 했다.

경연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했지만, 바비킴의 시그니처는 목소리와 창법이다. ‘소울 대부’란 수식어가 가능케 하는 감성 충만한 목소리와 창법으로 다양한 곡들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목소리가 인정 받았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아니지만, 20년 전 가요계에서는 내 목소리가 시대에 맞지 않았다. 주변에서 음악을 하는 선배들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 목소리는 노래를 부를 목소리가 아니라고. 당시에는 슬펐는데 어느 순간부터 운이 좋았다. 개성 시대가 오다 보니 고맙게도 사랑을 해주신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데뷔할 때, 노래 대신 랩을 해야 했던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특이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목소리가 특이하지만 흐름에 맞춰 대중성에 맞춰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들도 들린다.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게 들으면 알 수 있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시도도 안 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랩을 했었다. 노래로 인정을 못 받으면 랩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인생을 바꾼 사람은 가수 윤미래였다. 바비킴은 “(앨범이 잘 되지 않아서) 작곡이나 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윤미래가 내 곡을 받고 싶다고 했다. 데모를 주기 위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했는데 그때 윤미래가 설득을 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바비킴은 “지금의 회사 대표가 당시 윤미래의 홍보 이사였는데 그때 인연이 닿았다. ‘목소리가 특이하기 때문에 하고 싶다’라고 했고, 안 되면 떡볶이 장사를 하자고 했었다. 그 앨범이 ‘고래의 꿈’이다. 운이 좋게 잘 됐다. 대표가 특이한 사람을 좋아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목소리와 창법 탓 눈여겨보는 후배들도 꼽았다. 그는 “창법으로 재즈틱하게 불러서 이 목소리는 조금 신선하다고 여겨지는 친구는 딘이다. 재즈와 알앤비를 섞어서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자이언티가 훅 들어왔다. 여자 가수는 예전부터 정인을 꼽는다”고 말했다.

빌보드 이야기도 했다. 아델, 에이미 와인 하우스 등 빈티지 솔 장르가 빌보드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바비킴 역시 경쟁력이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고, 그룹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선전하며 K팝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이유가 덧붙여졌다.

바비킴은 “빌보드를 노렸으면 예전에 미국에 가서 시도를 했을 거다. 2006년도 쯤 그런 제안이 있었다. 기존 노래를 영어로 번역해서 가는 걸로 4곡정도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거절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먹고 살기가 힘든데, 이제 서야 사랑 받기 시작했는데 넓은 땅에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게 웃겼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때 거절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문턱이 더 낮아졌다니 이런 생각은 든다. 한 20년 후에 태어났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 내가 26살이면 내 심정이 어땠을까. ‘만약’어땠을까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나는 만약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그때 태어나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였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그에게, 공백기 동안 가족 구성 등 개인적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4년 6개월 동안 바뀐 것은 없었다. 지금 현재 사귀는 분도 없다”라면서도 “결혼 생각이 있다. 아이도 낳고 싶으니까”라며 솔직한 바람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스타크루이엔티 박찬목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