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대화의 희열2’ 이정은이 배우를 꿈 꾼 계기부터, 생활고에 시달렸던 이야기, 그리고 현재에 와 꿈을 꾸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쾌하고도 진솔한 이정은의 이야기는 웃음과 묵직한 여운을 동시에 안겼다.

29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의 최종회에는 마지막 게스트로 배우 이정은이 함께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눈이부시게’, 영화 ‘옥자’ ‘기생충’ 등에 출연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정은은 최근 인기를 실감하고 있음을 밝히며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것,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 갔던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배우로서의 끼를 처음 발견했을 때에 대한 이야기도 밝혔다. 이정은은 “옛날엔 명절에 한복 같은 걸 잘 안 입히지 않았나. 그런데 전 입혀주시면 그걸 안 벗었다더라. 한 벌을 계속 오래 입으니 어머니가 ‘얘가 무당이 되려고 그러나’ 했다더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이어 그는 “초등학교 때 희곡을 읽는 시간이 있었다. 희곡 연기를 시키면 오빠 한복까지 챙겨가서 나무꾼 연기를 했다. 친구들이 즐거워하면 저도 즐거웠다”고 덧붙이며 그게 시초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배우를 꿈꾼 순간은 1987년도라고 했다. 그는 “제가 고3때 한창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고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셨다. 공부하면서 그 소식을 들었다. 부반장 친구 오빠들이 고대를 다녔다.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검은 리본을 달았는데, 학교 측에선 단체 행동이 되더라. 그래서 반성문을 쓰고, 이후 부반장 친구도 안 좋은 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며 “저는 청춘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젊은 사람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수 없을까 생각했다. 앞으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할 때 다른 방향의 생각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정치인, 법조인 등 다양한 직업이 있었을 텐데 왜 ‘배우’였느냐 묻자 이정은은 “그건 공부를 더 해야 하지 않나”라고 명쾌한 답을 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그는 “내가 뭘 좋아하지 생각하다보니 친구들 앞에서 한 희곡 연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대학 입시 한 달 전에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딸의 진로 변경에 집에서도 많이 당황했었다고. 결국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합격한 그는 배우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1년에 20만원을 벌기도 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웠음을 밝힌 이정은은 생활을 위해 부업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연기 학원선생님 마트 간장 판매원, 녹즙 판매원 등의 일을 했었다는 이정은은 “제가 방송에 45살에 데뷔했으니 40살까지는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렇게 지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어려웠던 시절 배우 신하균, 지진희, 우현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정은은 “못 갚고 있다가 13년 만에 방송하면서 돈을 갚았다”며 “이제는 빚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이름을 다 적은 것을 전대에 넣어 차고 다녔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은은 “제가 혹시라도 객사라도 하면 엄마 아버지라도 잊지 않고 고마움을 전해줬으면 해서 한참 차고 다녔다”고 담담하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은의 영상 연기 데뷔가 늦은 이유도 공개됐다. 그는 영화 ‘와니와 준하’ 후 카메라 울렁증이 심하게 왔다고 고백하며, 이후 더 열심히 연극 무대에 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정은은 과거 연극을 함께한 배우 김희원이 “45살 전에 데뷔를 못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떠올리고 울렁증 극복에 나섰다.

이정은은 “울렁증을 깨려고 단편영화 30편 정도에 참여했다. 평가 받는 느낌이 덜 나서 잘난 체하며 독립영화를 찍었다”며 “‘와니와 준하’ 때는 다른 생각이 많아 역할 생각을 안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영화에서 만난 이정은은 인상 깊은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서울토박이라는 이정은은 그간 작품에서 경상남도 김해, 전라도 광주, 충청남도 태안, 제주도 등 지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투리를 들려줄 수 있던 비법을 밝히기도 했다. 사투리를 녹음해 연습한다는 이정은은 “얼굴이 정감 있게 생겨 사투리 쓰는 역이 많이 들어오더라. 그 지역에 있는 분들을 연령대별로 만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정은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대중에 친숙한 이름이 됐다. 이에 29년 차 배우 이정은은 최근 유독 자신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후배들이) 작품 고르는 폭이 넓어져서 라고는 하는데, 제가 느낄 땐 제게 오는 여자 역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제가 한 역할들이 옛날엔 여성에게 잘 주어지지 않는 독특한 역들”이라며 “엄마, 이모, 고모가 아니다. ‘미성년’에서는 방파제 여인,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 역할도 했다. 수호신처럼 아기씨를 돌보기도 했다. 제가 맡은 역할들이 보는 사람의 이상을 만족시켜주는 것 같아 그래서 더 사랑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꿈을 꾸고 있는 무명 배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이정은은 “배우, 그리고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도 이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싶다”라면서 ‘눈이 부시게’에서 자신이 했던 대사를 읊었다.

이정은은 “‘잘난 것과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아냐. 못난 사람이라도 잘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있다, 나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러는 게 잘 사는 거다. 잘 난 건 타고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건 너 하기 나름이다’ 이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정은은 자신의 연기 인생 시작점부터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 울렁증 극복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느껴지는 답변과 출연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한 메시지까지 전하며 뭉클한 감동까지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대화의 희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