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60일, 지정생존자’가 정치와 테러 소재를 스릴 있게 결합시키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이토록 서슬 퍼런 긴장감이 ‘범생이(모범생)’ 환경부장관 지진희의 인간적인 캐릭터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웰메이드 한국 정치 서바이벌극을 예고했다.

1일 밤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연출 유종선) 첫 방송 1회에서는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 국회의원 오영석(이준혁), 관련 인물 한주승(허준호), 한나경(강한나), 윤찬경(배종옥), 최강연(김규리), 차영진(손석구), 정수정(최윤영), 이관묵(최재성), 김남욱(이무생), 정한모(김주헌), 서지원(전성우), 강상구(안내상), 안세영(이도엽), 민희경(백현주) 등을 둘러싼 긴박한 국가 스토리가 그려졌다.

이날 오프닝부터 국회의사당 폭탄테러가 발생하며 긴장감을 견인했다. 이 가운데 현 대통령(김갑수)은 한국, 미국 등의 관계와 정세를 걱정하며 풍전등화 태세를 암시했다.

비서실장 한주승은 “나라를 바꾸든 역사를 바꾸든 마음대로 하라. 하지만 어떤 것도 대통령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선택 강요할 순 없다. 한미협정 문제없도록 해놨다. 걱정 마시라”라고 말했다.

드라마의 원톱 주인공 격인 박무진의 인간적인 캐릭터성은 이 드라마의 핵심 그 자체였다. 박무진이라는 사람은 정치나 개인의 이익에 영합하지도, 권력에 무릎을 꿇지도 않았다. 그는 학자였고 공부를 해온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옳은 길을 걸어가는 청렴결백형 캐릭터로 그려졌다.

무진은 이날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적당히 거짓말을 하라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무진이 자신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그를 결국 경질했다.

그러던 중 시간은 다시 오프닝으로 거슬러갔다. 대통령이 남북 종전에 합의한다는 선포를 한 순간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대통령은 해당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한국은 졸지에 대통령을 잃었지만, 이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각자의 공고한 입장만을 견지하는데 몰두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치판은 드라마 속에서도 지옥으로 묘사됐다.

이날 결국 박무진은 해임으로 국회의사당에서 일찍 퇴근한 탓에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승계하게 된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는 졸지에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며 스릴 넘치는 향후 파란을 예고했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이 60일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면서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고 가족과 나라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의 원작은 미국 드라마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로 최근 시즌3까지 출시된 인기작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돼 버린 주인공을 중심으로 긴장감 넘치는 플롯과 스토리라인의 전개력이 많은 팬들을 보유했다.

한국판 리메이크는 스토리의 초기 설정을 따오되, 배우 지진희의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력에 보다 많은 것을 기댔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초기 설정 디테일이 바뀌었는데, 한국에 적용한 만큼 60일간의 시간제한이 있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 특이사항이다.

첫 방송은 드라마의 핵심적인 시작점인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를 사실적이고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테러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이 드라마의 시작이 테러인 것은 향후 인물들이 치열한 정세 속에서 자신들과 국가를 지켜나가는데 고투하게 된다는 복선에 다름 아니었다.

우선 드라마는 박무진의 청렴하고 결백한 캐릭터성을 인간적으로 클로즈업했다. 카이스트 대학교 교수로 일하던 그는 미세먼지 해결 등, 갑작스레 한국 정치 상황에 역이용되며 정치권의 이단아 ‘범생이’로 떠올랐다.

그런 박무진이 갑작스레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함을 극대화시키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반면 박무진의 주변 인물들은 그와 반대였다. 박무진의 청렴결백한 캐릭터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인 듯, 오로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물들로 묘사된 것. 때문에 향후 정치와 권력에 영합할 줄 모르는 박무진과, 그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이권싸움이나 대립각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플롯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청와대,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정치 소재, 민감한 현 사안들이 여러 군데 응용되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지적인 이미지의 배우 지진희, 배종옥, 허준호 등은 이 같은 대사들을 차지게 소화하며 혁혁한 배우 내공을 과시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