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2019년 상반기 극장가는 유독 외화의 공세가 매서웠다. 그러나 이러한 외화의 공세는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역시도 외화의 공세에 한국 영화들이 흥행이 부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가 위기 상황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 시장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것일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별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 보면 한국 영화와 외화가 박빙의 대결을 펼친 것처럼 보인다. 1~2월, 6월 월별 박스오피스 1위는 한국 영화가 차지했다. 3~5월은 외화가 월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매출 점유율을 보면 외화와 한국 영화의 균형이 외화 쪽으로 쏠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 월별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매출 점유율을 보면 1월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 52.2%, 외화 매출액 점유율 18.1%이다. 2월은 ‘극한직업’의 매출 점유율만 49.9%를 차지할 정도다.

허나, 3월부터는 마블 영화의 공습으로 이러한 균형이 뒤집혔다. 3월 ‘캡틴 마블’의 매출 점유율은 38.9%, 4월, 5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매출 점유율은 각각 55.8%, 37.5%를 기록했다. 연이은 마블 영화의 개봉으로 외화의 매출 점유율이 우위를 점했다.

6월에는 ‘기생충’의 선전으로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이 40.9%를 차지했다. 그러나 외화의 경우 ‘알라딘’ ‘토이스토리4’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월별 박스오피스 2, 3, 5위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총 매출액 점유율이 43.4%에 달한다. 월별 박스오피스 1위를 한국 영화가 가져갔지만 매출액 점유율에서는 외화에 밀렸다.

이는 올해만의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월별 박스오피스를 살펴 보면 한국 영화가 월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건 2번뿐이다. 매출액 점유율 역시 2번 밖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2017년 역시도 작년과 상황이 동일하다.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한국 영화가 해가 갈수록 외화에 밀리고 있다. 이는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선택이 한국 영화보다는 외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3년간 영진위 통합전산망 월별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 보면 위기가 느껴지게 한다.

◆ 떴다 하면 예정된 흥행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11년 간 23편의 히어로 영화를 내놓았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관객들은 마블 히어로에 친숙해졌다. 더구나 각각의 개별 영화들이 MCU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 연결이 되어 있다 보니 마블 영화 팬 입장에서는 새롭게 개봉하는 마블 영화를 놓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3년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월별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한국 관객이 얼마나 마블 영화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기간 동안 마블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스파이더맨: 홈 커밍’ ‘토르: 라그나로크’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 총 8편이 개봉했다.

이 중 ‘토르: 라그나로크’를 제외하고 모든 마블 영화들이 개봉한 달 월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2017년 10월 25일 개봉해 10월 4위, 11월 2위를 기록했다. 10월 말에 개봉을 한 탓에 10월과 11월 관객수가 쪼개진 탓에 1위를 놓친 것뿐이다. 1위나 다름 없는 관객 몰이를 했다.

하여, 7월 2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역시 예정된 1위였다. 개봉 첫날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개봉 2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더구나 이번에도 역시나 나름 예산이 투입된 한국 영화들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의 대결을 피했다. 결국 나름 볼륨이 있는 경쟁작이 없다 보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흥행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더구나 마블 영화의 공습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촬영 중이거나 영화 준비 중인 ‘블랙위도우’ ‘이터널스’ ‘닥터 스트레인지2’가 있다. 또한 제작이 확정되거나 논의 중인 작품도 3편이나 된다.

◆ 21세기 폭스마저 삼킨 거대 공룡의 물량전
마블 영화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이야기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 2012년 루카스 필름, 2019년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이를 적극 활용해 디즈니는 픽사 애니메이션이 내놓았던 작품 ‘토이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등의 후속작을 내놓았다. 또한 세계적인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도 꾸준히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디즈니는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14년 ‘겨울왕국’ 이전까지만 해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흥행 스코어는 200만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을 기점으로 200만을 넘어서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또한 디즈니는 라이브 액션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현재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는 20~30대에게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익숙하다. 어린 시절 한번쯤 봤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이러한 관객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물량전을 펼치는 디즈니는 올해 마블 영화, ‘토이스토리4’ 디즈니 라이브 액션 ‘알라딘’을 줄지어 선보였다. 상반기 마블 영화로 몰아친 디즈니는 하반기 ‘알라딘’ ‘토이스토리4’로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17일 ‘라이온 킹’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라이온킹’ ‘말레피센트2’ ‘겨울왕국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 눈치 싸움 치열한 한국 영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3년간 한국 영화가 힘을 얻는 시기는 설 연휴, 여름 시즌, 그리고 추석 연휴다. 이외의 시기에는 마블 영화, ‘분노의 질주’ ‘쥬라기 월드’ 등과 같은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시리즈 영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다시 말해 텐트폴 한국 영화가 여름 시즌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지난해만 해도 8월, 9월에 대작 한국 영화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이로 인해 영화 ‘안시성’만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겨 체면치레를 했다. 이는 올해에도 반복되고 있다. 한국 영화 ‘사자’ ‘엑시트’ ‘나랏말싸미’ ‘봉오동 전투’가 7월 말에서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12월에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넘은 ‘겨울왕국’의 속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 역시 외화 개봉에 따른 한국 영화간의 눈치싸움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