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프로듀스 X 101'의 문자 투표 조작 의혹 논란이 일주일째 뜨겁다. 사태는 수사 기관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난 19일 엠넷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종영 직후, 문자 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제기한 해당 의혹의 근거는 투표 결과 1위부터 20위까지의 출연자들 득표수 차이가 일정한 수치로 반복된다는 것. 1위와 2위, 3위와 4위, 6위와 7위, 7위와 8위, 10위와 11위 사이가 모두 29978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정 수치의 반복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수의 매체들은 통계 전문가 등의 발언을 인용해 투표 조작 의혹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엠넷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쏟아질 정도로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졌지만, 엠넷은 약 5일간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해 엠넷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해당 위원회에 속해 있는 한 누리꾼은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 X 101' 갤러리에 "투표 조작 의혹 논란에 대해 엠넷 측의 빠른 사실 확인 및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진실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예정"이라며 "부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힘이 되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누리꾼들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단체 메시지방을 개설하고, 법적 대응을 위해 자금을 모았다. 현재는 변호사 선임도 마친 상황이다.

결국 엠넷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엠넷은 문제가 된 '프로듀스 X 101' 출연진 득표수 차이에 대해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순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수를 득표율로 전환해 반올림을 했고, 득표율로 다시 환산된 득표수가 방송에 사용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연습생들의 데뷔가 걸린 순위와는 상관 없다지만, 분명 오류는 존재했다.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들은 엠넷의 공식 입장을 통해 완벽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누리꾼들은 엠넷이 의혹 소명을 위해 원 득표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법적 대응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고소를 준비 중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민원도 끊임없이 신청하고 있다.

엠넷은 이틀 뒤인 26일 다시 한 번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엠넷은 해당 논란에 대해 사죄하며, "논란이 발생한 이후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엠넷이 두 번이나 사과했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는 엠넷의 입장이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에 부족했기 때문.

먼저, 1차 입장은 수학적인 의혹을 오히려 더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을 했는데도 다양한 숫자가 나오지 않고, 0과 5만 나온 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심지어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엠넷의 해명은 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1차 공식 입장에서 데이터와 관련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 2차 입장에서 다시 "사실 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밝힌 것이 누리꾼들에게 납득이 어려운 지점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문자 투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문자 투표는 건당 100원씩 유료로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은 연습생들의 데뷔 여부를 결정해주기 위해 이 문자 투표 서비스를 소비한 소비자들이다. 이에 해당 경쟁의 공정성은 보장돼야 한다.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들은 법적 대응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더불어 엠넷 제작진도 수사 기관에 의뢰하는 방법을 선택한 상황. 이 사건의 진실이 어떤 방향으로 드러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