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지금 이 순간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일을 매일 하고 있어 지금이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지금처럼만 내 일을 사랑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부른 노래를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고, 그 분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게 소원이에요."

쌍둥이 코미디언으로 단시간에 이름을 떨친 강주희, 승희 자매는 올해로 12년차 트로트 듀오 그룹이 됐다. 히트곡 '얼쑤'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윙크는 최근 5년 만에 신곡 '1번 출구'를 발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주희는 "약 10년 간은 가수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 사람의 미소에서는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이미 충분히 겪은 자의 노련함,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먼저 코미디언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3분 언니 강주희였다. 당시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등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던 그는 "코미디언으로서 길게 활동한 건 아니었다. 약 4년 정도의 시간 동안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솔직히 그 땐 무대를 즐길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돌이켜보면 늘 마음이 불안했던 코미디 무대는 가수로 가는 징검다리, 도움닫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코미디 무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생 강승희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직후 몇 년 간은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개그계에서도, 가요계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 시간이 지속됐기 때문. 강주희는 "내 길이 어딘지, 내 자리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모두 인정해주지 않던 그 시기가 참 힘들었다. 개그계에서는 이 곳이 싫어 떠난 사람, 트롯계에서는 개그하다가 돈 벌려고 가수 한 것들이라는 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어떤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트로트에 대한 확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강승희는 "트로트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바빴던 엄마 대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윙크는 '가요무대'를 보는 게 일이었다고 했다. 둘은 "일종의 조기교육이었던 것"이라며 신나게 웃었다. 강승희는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26살에도 전통시장, 토산물축제 등에 가면 친숙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르신들이 뭘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무대에서 지금 하는 것도 예전에 우리끼리 놀던 모습 그대로"라고 이야기했다. 트로트는 윙크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

이에 윙크는 방황의 시기에 음악에 몰두하는 방법을 택했다. 오히려 안정적이었던 개그맨으로서의 활동은 완전히 끊어냈다. 강주희는 "음악만 하자, 윙크로 입지를 다지자고 다짐했었다. 두 가지를 다 가져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한 길만 파는 것도 쉽진 않았다. 내가 어떻게 가수 윙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를 위해 음악에 매진해왔다"고 지난 10년 간을 돌이켰다.

성악, 발성 등을 배우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커버한 영상도 촬영해보는 등 음악에 관한 자율학습의 시간이었다. 트로트의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었지만, 윙크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쉬는 날에도 음악을 연습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특히 강승희는 소리 공부에 매진해왔다. 그는 "소리 공부는 솔직하다. 하면 할수록 들린다. 연구하고 공부한 만큼, 무대 위에서 달라지더라. 그게 재미있고 보람 있으니 더 연구했고, 다음 무대에서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을 통해 무대를 즐기게 된 윙크에게 트로트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욕심이 덤으로 따라왔다.

"이제는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는 걸 느끼죠. 선배님들께서 저희에게 '트로트 여성 듀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듀오는 윙크지'라면서요. 그런 말을 듣다 보니까 앞으로는 내가 더 열심히 해나가야겠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방황의 시기, 고민의 시간을 함께 넘어온 쌍둥이 자매는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서로에게 칭찬도 아끼지 않았고,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비슷한 대답을 동시에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사실 둘이 성격이 안 맞아서 초반엔 참 힘들었다"고 고백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언니 강주희는 신중한 편인 반면, 동생 강승희는 직설적인 행동파이기 때문. 윙크는 "가족끼리 일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쳐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함께였던 둘은 자라면서 다른 학교를 다니고, 각자의 생활을 구축해왔다. 그러다 다시 성인이 된 다음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는 윙크. 둘은 "밥 먹는 것부터 안 맞았다. 재정비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 애를 먹었다고. 강승희는 "주희는 화가 나면 우선 말을 안 한다. 그런데 나는 바로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을 다시 알아가고 이해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두 사람은 "이제는 다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한 방, 한 침대를 쓰고 있다는 강주희, 강승희 자매는 "자려고 눈을 감아야만 서로가 안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강승희는 "아직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제의 주희는 오늘의 주희와 다르더라"며 "가족일수록 이런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루종일 붙어 있으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일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는 사이인 두 사람은 "영혼까지 합숙하는 느낌"이라며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에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흔들리고 있는 지 보여주는 척도죠. 서로를 보면서 책임감을 더 느끼고요. 서로 마음이 흔들리는 걸 꿰뚫어본다니까요. 그럴 때마다 서로를 일깨워줘요."

인생의 영원한 짝꿍인 쌍둥이 자매는 같은 일을 하게 됐고, 가요계의 힘든 풍파도 함께 겪어냈다. 그러면서 더욱 단단해진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음악으로 행복을 전파하고 싶다는 같은 꿈까지 꾸고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들려줄 음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